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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업자처럼” 최대 채권국 중국, 뻔뻔한 돈쓰기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등극했다. 선진국들이 재정을 갹출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채권에 육박할 정도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올해까지 중국의 순(純) 해외채권이 무려 9000억 달러(약 1169조원)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2010년까지 0달러에 그쳤던 중국의 외국에 대한 채권은 2014년 100억 달러로 증가한 뒤 2021년 한해에만 405억 달러를 기록, 11년 만에 400배 넘게 급증했다.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우리의 해외차관은 재정적자를 겪는 개발도상국이나 절대빈곤 수준인 후진국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이라고 발표해왔다. 하지만 채무국들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이 발표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의 대규모 차관을 받은 국가들은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 나라,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외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대상국, 광물자원을 가진 나라 등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자금 지원을 받은 국가 중 하나인 튀르키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서방국 가운데 유일한 이슬람 국가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까지 더해 튀르키예는 중국의 ‘정치적 야심’을 펴는 대상이란 해석이다.

남미 최대의 중국 채무국가인 아르헨티나는 ‘21세기의 석유’라 일컫는 희토류의 보고다. 최빈국 중 하나인 스리랑카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일대일로의 주요 축이다. 이밖에 라오스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수리남 등도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국가들이다.

문제는 중국이 IMF나 미국보다 훨씬 높은 금리로 이들 국가에 돈을 빌려준다는 점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일괄 적용하는 해외 채권 금리는 5%로, IMF의 장기채권 금리(2.5%)나 미국의 단기채권 금리(1%)에 비해 훨씬 이자 부담이 크다.

또 달러가 아닌 중국 화폐 위안화로 자금을 빌려줘 채무국은 이를 손해를 보고 달러화로 교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위안화로 중국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다 소비해야 한다.

중국 자금은 세부항목까지 사용처와 방법이 지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리랑카는 100억 달러 이상의 중국 자금을 받았지만 이를 항만시설 등 인프라 건설에 허비했다. 중국 건설사 외에는 공사대금으로 위안화를 받겠다는 해외 건설사가 없자,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회사, 중국 노동자, 중국산 장비와 부품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5%의 고정금리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 빚까지 쌓이게 했고, 결국 스리랑카는 돈을 갚는 대신 수도 콜롬보의 인프라 시설 소유권, 항만 지역의 항만 관련 시설 소유권 등을 통째로 중국에 넘겨야 했다.

NYT는 “마치 고리대금업자처럼 고금리의 덫을 씌워 채무국 재정과 자원을 장악하고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해당 국가를 이용한다”고 꼬집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