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적 문철명씨가 미국에서 형기를 마치고 3월 초 중국으로 추방됐다고 미국의소리방송(VOA)이 29일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대북 제재 위반 혐의 등으로 2021년 문씨를 말레이시아로부터 인도받아 법정에 세웠었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대변인은 문씨 추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문씨 선택에 따라 이민세관단속국은 초 그를 중국으로 이송했다”고 답했다고 VOA는 전했다. 이어 “문씨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최초 북한 국적자로, 형기를 마친 시점부터 추방 대상자였다”고 덧붙였다.
미 법무부는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워싱턴DC 연방법원이 문씨에게 징역 45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2014~2017년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에 고급 시계와 술을 보내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 등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었다. 다만 문씨는 말레이시아 구금시설과 미국 구치소 수감 기간만으로도 형기인 45개월 채워 선고 즉시 석방됐다. 문씨는 추방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이민국 수감시설에 구금됐었다.
워싱턴 연방법원은 2019년 5월 2일 자금세탁과 공모 등 혐의로 문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문씨는 11일 뒤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에 체포됐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그해 12월 문씨 미국 인도를 승인했으나, 문씨 측이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하면서 송환이 1년 넘게 늦어졌다.
북한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며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또 미국을 향해선 “이번 사건 배후조종자이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문씨에 대해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문씨가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기구인 정찰총국과 연계된 사업가라고 반박했다.
말레이시아 언론 등에 따르면 문씨는 2008년부터 쿠알라룸푸르 외곽 한 아파트에서 부인, 두 딸과 살았다. 문씨는 최대 10년간 무직업 비자를 제공해주는 외국인용 장기체류 비자인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정착했다고 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