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이민자 수용소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이후 불법 이주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실상 이에 협력하는 멕시코 역시 이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AFP통신은 30일(현지시간) 이번 화재 참사에서 이주 억제 정책을 두고 미국과 멕시코 간 어두운 협력 관계가 다시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미국 엘패소와 인접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州)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청 내 이민자 수용소에서는 지난 27일 발생한 화재로 최소 39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이 수용소는 당시 과테말라, 온두라스,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 출신 이민자 66명을 수용하고 있었다.
이곳에 갇혔던 이민자 수는 멕시코가 그간 구금하고 추방했던 이민자 수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국제앰네스티(AI)가 이번 주 발간한 연례 보고서를 보면 멕시코 이민국은 지난해에만 이민자 최소 28만1149명을 과밀 구금했다. 이 기간 추방한 이민자는 아동을 포함해 9만8299명에 달한다.
멕시코의 이 같은 엄정 대응은 미국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하는 즉시 국경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한 ‘타이틀42’ 정책을 유지 중이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도입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이 정책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경을 넘지 못한 이민자 다수는 주로 멕시코 육로를 통해 추방되고 있다고 AFP는 설명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민자 안전을 등한시하는 ‘타이틀42’의 시행에 멕시코가 계속 도움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1∼11월 사이 멕시코에 등록된 비정규 이민자 수는 총 38만8000명 이상이다. 2021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멕시코는 이들 이민자를 시우다드후아레스 수용소를 비롯한 여러 시설에 과밀 수용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2019년부터는 국경에 군인 2만 명 이상을 배치하고 있다. AFP는 “이 때문에 미국에서 멕시코로 추방된 이들은 납치, 성폭력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일자리나 지원도 없이 국경 도시에 방치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미국을 향한 질타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번 이민청 화재 사건을 통해 미국이 멕시코에 이주민 억제 문제를 ‘아웃소싱’ 한 것이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초래했는지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민 전문가 유니스 렌돈은 “멕시코가 미국의 ‘더러운 일’을 맡아서 처리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화재 참사를 두고 “미국의 이민자 대응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 밖으로 분출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