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한 '세기의 재판'이 개시됐지만, 그가 법정에 다시 서기까지는 앞으로도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 사법체계상 형사재판 절차 진행이 빠르지 않은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측도 과거 유사 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연 전술'을 펼 가능성이 커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무리 빨라도 공판이 열리는 건 내년이 될 공산이 크다고 어제(5일) 보도했다.
뉴욕주 법에 따르면 지방검찰청은 피의자의 첫 법정 출석으로부터 65일 이내에 '디스커버리(discovery)'로 불리는 미국식 증거개시 절차의 일환으로 사건과 관련한 증거 대부분을 피고인 측 변호사와 공유하게 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기소한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증거물을 어떻게 취급할지와 관련한 사전 합의 없이는 증거를 공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거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언론에 공개해선 안 되며, 민감한 사건자료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이러한 검찰 측 요구 중 최소 한 건 이상에 반대했고, 이에 따라 4일까지는 양측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재판부에 제출할 각종 요구사항도 변수로 꼽힌다.
변호인단의 조지프 타코피나 변호사는 이달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원 출석 이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소 각하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본인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 등을 통해 재판지를 맨해튼에서 스태튼 아일랜드로 옮겨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맨해튼은 민주당 지지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어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뉴욕시 산하 5개 특별구 중 가장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재판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재판을 담당하는 맨해튼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 변호인단에 8월 8일까지 이러한 요구와 관련한 서면 제출을 마무리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측 요구사항에 대한 검찰의 의견제출 시한은 9월 19일이며, 머천 판사는 올해 12월 4일 심리를 열고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인용할지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물리적으로 올해 안에는 공판기일이 잡히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신속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내년 1월 첫 공판을 열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재판 일정이 2024년 차기 대선과 관련한 주요 행사들과 시기상 겹친다는 점이라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