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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아이들, 신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 가졌죠”


“같은 공간이긴 하지만 느껴지는 공기는 전혀 달라요. 친구들의 성장 환경, 성향, 가치관 모두 교집합이 거의 없죠. 서로의 삶을 자기와는 상관없는 영화 속 장면처럼 대한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최근 서울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원규(47) 동서말씀교회 목사는 두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한 곳은 제도권 학생들, 다른 한 곳은 가출 청소년들이 주 목사를 만나는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두 그룹 청소년과 ‘글쓰기’를 통해 만난다. 그가 만나는 청소년은 ‘친구들’로 통칭한다.

주 목사는 2012년부터 가출청소년, 성폭행 피해 청소년 등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만나 사회구성원으로의 회복을 도왔다. 최근 2년 동안엔 자신이 출강하는 대학의 문학 강의 청강 프로그램을 듣는 고교생들과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는 “제도권 친구들의 경우 예전보다 지식이 풍성해졌지만 모든 사안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고 자기 정체성은 비어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젠더 정치 경제 문제 등에 대해 논리적이고 현학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엔 능하지만 자신만의 세계관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주 목사는 그 배경을 ‘디지털 콘텐츠에 국한된 종교 이미지 소비’ ‘신앙적 경험의 부재’로 꼽았다. 그는 “청소년들이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오징어게임’ 등 웹툰 드라마 영화에 묘사된 일부 과장된 모습을 바탕으로 기독교를 희화화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종교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영역으로 치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제도권 친구들은 어떨까. 그는 “두려울 정도로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내가 의지할 대상과 나를 의지하는 타인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다”며 “이는 ‘신의 존재’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제도권 친구들과 확연히 구분된다”고 말했다.

비제도권 친구들과 만남은 변수가 많다. 4명과 약속한 만남이 1~2명으로 바뀌는 일이 많다. 3시간을 같이 있어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20~30분에 불과하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릴 뜨거나 대답 없이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 목사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는 것과 기다림이 관계의 ‘터닝 포인트’를 만든다고 했다.

“정서가 형성되는 타이밍이 중요해요. 담배를 문 친구들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얘길 듣는다든지, 친구들 입에서 툭 하고 나오는 욕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대화를 이어간다든지요.”

드라마 ‘아르곤’(2017·tvN)의 극본을 쓰기도 한 주 목사는 최근 소년범을 주제로 화제가 된 ‘소년심판’(2022·넷플릭스)에 대해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정에서 진술하는 소년범의 태도와 범행 이후 행동양식 등을 좀 더 청소년 시선에서 들여다봤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향한 교회 사역에 대해서는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열리고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