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작별을 고해야겠어. 고통 참을 수 없어. 생의 종점에 다가온 것 같아"
지난 14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상하이의 한 시민이 남긴 짤막한 유서에 남긴 내용이다.
현지시간 18일 유족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 따르면
상하이 교향악단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천순핑씨 가족에게 닥친 비극은 하룻밤 사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오후 9시 천씨가 복통 증세를 보이자 이리저리 구급차를 요청한 가족은 대기자가 많아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이후 오후 11시 47분 어렵사리 배정받은 구급차에는 이미 2명의 환자가 타고 있었다.
구급차만 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병원 응급실 문턱은 철벽과도 같았다.
첫 번째로 간 병원의 간호사는 수용 환자들은 모두 코로나19 감염자들이라며 진료를 거절했다.
다른 병원을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구급차에 있던 의사는 심한 병이 아니니 약 몇 알 복용하면 된다고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라 문을 연 약국을 찾을 수 없었던 천씨는 점점 심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오전 8시 천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천씨의 부인은 남편은 퇴직한 후에도 자선 공연을 하고, 병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이웃과 사회를 위해 일했다며 단란했던 가정이 하룻밤 새에 풍비박산 났다고 흐느꼈다.
현재 웨이보에는 코로나19 방역에 밀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하이 시민이 적어도 수백 명에 달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생필품 공급 차질과 물류난, 생산시설 가동 중단 등 상하이의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형국이지만, 중국 지도부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나타난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방역에 실패하면 해임 등 엄중한 문책이 뒤따르고, 연일 2만 명대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올인하다 보니 일반 환자 진료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보다 우월하다는 자긍심이 충만했던 상하이 시민들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봉쇄와 생필품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할 정도로 도시 기능이 속수무책 무너진 데 대한 당혹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어쩌다 상하이가 이 지경이 됐느냐는 원성의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은어를 사용해 무능한 관료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사이버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