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압박하는데 약점이었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독립’을 외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 국가들 사이에선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 논의가 움트고 있다.
덴마크는 지역난방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러시아산 연료 수입 감축을 가속화 할 방침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가스나 석유로 개별 난방하는 가구가 지역난방을 쓸 수 있는지 파악해 각 가구에 서면으로 통보할 방침이라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지역난방은 초기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덴마크는 또 2030년까지 태양열 발전소와 풍력발전소 규모를 4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북해 가스전에서 일시적으로 가스를 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국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의 석유 수입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CNN방송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마스루르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가 런던에서 만나 면담을 나눴다고 이날 발표했다. 바르자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럽에 에너지 수출 의사를 밝혔다. 존슨 총리는 서방 국가가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력에 사의를 표했다고 영국 정부가 성명으로 밝혔다.
라트비아는 의회 승인을 얻어 내년 1월 1일부터 아예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야니스 비텐베르그스 경제장관은 각료 회의 뒤 이런 방침을 밝히고 “라트비아의 에너지 안보와 독립을 강화하기 위한 역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라트비아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를 건립한 뒤 이웃 국가에서 가스를 조달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EU 집행부는 향후 수년간 수입 대체와 에너지 절약,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인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EU는 가스의 90%, 석유제품의 97%를 외국에서 수입한다. 이중에서도 가스 40%, 원유 25%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유럽에서 에너지 패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는 유럽 차원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 방송 유럽1에 출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화를 획득하는 제1원천은 가스가 아니라 석유”라며 “일부 정부가 주저하지 않았다면 석유 금수 조치는 이미 시행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