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증파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결사의 각오로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AP통신은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24시간 동안 돈바스 지역에 2개 대대전술단(BTG)을 증파했다. 현재까지 78개의 대대가 돈바스 지역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기존 65개 대대에서 11개 대대를 늘린 데 이어 다시 병력을 보강한 것이다.
돈바스 지역에 파견된 러시아군 규모는 이날 파견된 2개 대대를 포함해 5만5000~6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가 이번 침공을 위해 시리아와 리비아 등지에서 고용한 용병을 합산하면 파병 규모는 8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들에게 맞선 우크라이나군 규모는 3만~4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배에 가까운 병력 차이에도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아무리 들이닥쳐도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키겠다. 우리는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돈바스 지역에서 앞으로 벌어질 교전은 러시아가 고전해온 지금까지의 양상과 사뭇 다를 수 있다. 지난 2월 24일 개전 후 벌어진 앞선 전투는 대부분 키이우·마리우폴 같은 도심에서 시가전 형태, 혹은 서부 산간지대에서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돈바스 지역의 대부분 평지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강력한 화력에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 접경지역인 점도 관건이다. 러시아군의 보급이 서부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지원할 계획을 결정했다. 미국이 지난 13일 장갑차, 헬기, 곡사포를 포함한 8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결정했다. 영국은 대공 장갑차와 병력 수송 차량 120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계획이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도 우크라이나에 중화기 지원을 약속했다. AP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추가 원조가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키이우 공세 실패를 돈바스 지역의 승리로 만회하길 바라고 있다”며 “돈바스 결전에서 지난 두 달보다 더 많은 수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자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돈바스 결전이 아주 느리고 처절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군은 전선을 돈바스 지역 480㎞까지 확장하고 대규모 지상 공격을 단행하고 있다. 하르키우, 크라마토르스크, 자포르치아, 드니프로 등 돈바스 전역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이 보고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역 106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동·서부로 갈린 분단국가가 될 수도 있다. 또 돈바스 지역의 광산, 제철소 같은 자원과 산업 자산도 잃게 된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