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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들어가는 미 서부… 120년만의 가뭄에 급수 제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부 지역에 급수 제한 조치가 1일(현지시간) 시작됐다. 120여 년 만의 최악의 가뭄 탓이다. 현재 주요 저수지가 말라 전력 생산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다시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겨 기후변화를 앞당기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수자원통제위원회(MWD)는 이날 “일주일에 한 차례만 실외 물 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가뭄 규칙을 발효했다. CNBC 방송은 “약 6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새로운 가뭄 규칙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가뭄 모니터(USDM)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주의 97%가 ‘심각’ 또는 ‘극심’ 상태의 가뭄을 겪고 있다. 서부지역 최대 인공저수지인 미드호와 파월호의 수량은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샤스타호와 오로빌호 저수량도 역사적 평균치의 절반 밑으로 낮아졌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수자원부는 지난 2~4월 해당 지역이 122년 만에 가장 건조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MWD는 “우리는 정상적인 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원이 없다”며 “이제 잔디에 물을 주는 것과 우리의 자녀와 생계, 건강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가뭄이 지속하고 더 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며 “주민들이 스스로 물 사용량을 줄이지 않으면 의무적인 물 제한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9월까지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실외 물 사용을 완전히 금지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가뭄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미 서부 지역은 측정 가능한 최대 범위인 서기 800년 이후 1200년 만에 가장 극심한 대가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크 윌리엄스 UCLA 교수는 “가뭄이 악화한 요인 중 42%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뭄은 캘리포니아주의 수력 발전 능력도 악화시키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가뭄이 캘리포니아주 전력생산과 서부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여름(6월∼9월) 캘리포니아의 수력발전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48%)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물이 부족해 수력발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체 발전에서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년의 15%에서 8%로 낮아질 전망이다.

EIA는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가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전기를 사들이고, 지역 내 가스 화력 발전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가뭄으로 미국 서부 전력시장 가격은 5%, 캘리포니아의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CNN은 “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이 다시 기후 위기와 인플레이션 위기를 모두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망 악순환은 캘리포니아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북미전력신뢰도위원회(NERC)는 “국가의 전력 생산 시설에서 수력 발전 신뢰도가 2% 줄었다”며 “텍사스를 포함해 미국 여러 지역이 올여름 에너지 비상사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가뭄은 전 지구적 현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식량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소말리아는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600만 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 84개 지역 중 72개 지역이 심각한 가뭄 상태고, 이 중 6개 지역은 극심한 식량 불안정으로 기근과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12개 구호·지원 기관은 지난 30일 케냐,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심각한 가뭄으로 1670만 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가뭄이 계속돼 기아 피해자가 오는 9월 2000만 명으로 늘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