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한 달 가까이 도시를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에서 이해할 수 없는 방역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새벽에 느닷없이 핵산 검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을 자택에 방치했다가 자연 치유된 다음 격리시설로 이송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일 중국 SNS 웨이보 등에는 이른 아침과 한밤중을 가리지 않고 예고 없이 이뤄지는 핵산 검사에 대한 불만 글이 올라 왔다. 한 주민은 “새벽 3시에 확성기 소리가 나면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내려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하이 푸둥 지역에서 90대 노모를 돌보던 한 여성은 코로나19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고 기침과 발열 등의 증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거주지의 주민위원회는 약이나 생필품을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저 집 밖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 여성의 지인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음식이라도 배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무 응답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상하이 푸퉈구에 사는 90대 노모와 70대 아들은 지난 13일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당국은 이들이 고령인 데다 지병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그런데 당국은 닷새가 지난 후 갑자기 정책이 바뀌었다며 새벽에 들이닥쳐 이들 모자를 격리시설로 끌고 갔다. 그 사이 두 사람 모두 자연 치유돼 다시 실시한 검사에선 음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손녀는 SNS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새벽 3시에 데려가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중국은 코로나19 감염자 뿐 아니라 밀접접촉자를 호텔과 컨벤션 센터, 체육관 등을 개조해 만든 임시 격리시설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한 이후 상하이의 누적 감염자가 40만명이 넘어 격리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도 한동안 집에 머무르다가 뒤늦게 격리시설로 이송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과도하고 기계적인 방역 관행이 2차 피해를 불러온다는 이견도 나오고 있다. 류샤오빙 상하이 재경대 학장은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확진자 1명이 나왔다고 건물, 지역사회, 심지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며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3~4일로 짧아졌는데도 현재의 통제 기간은 과거 관행을 반복해 인도주의적 재난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지난 14일에는 복통 증세를 보이던 한 남성이 어렵사리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진료를 거절당한 뒤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보다 앞서 천식 환자가 구급차를 구하지 못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숨져 상하이 방역 당국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이날 기준 17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고 고령이면서 기저 질환이 있었다고 중국 당국이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많은 사람들이 3월 초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가족이 숨졌다고 이야기했지만 공식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아 통계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의 19일 신규 감염자 수는 1만8901명으로 지난 6일 이후 처음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신규 감염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엄격한 방역 조치와 함께 지역 사회의 모든 감염자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