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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역병의 창궐,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2년간 전 세계를 마비시켰던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도 18일 해제됐다. 2020년 3월 처음 도입된 지 2년 1개월 만이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 수칙은 사라지거나 권고 사항으로 바뀌었다.

인류와 전염병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메르스와 신종플루가 있었다. 중세에는 흑사병과 천연두, 에이즈가 유럽을 휩쓸었다. 급변하는 기후와 불량한 위생 상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542년 쥐와 벼룩, 페스트균 3종 세트는 나일강 인근 도시 펠루시움에서 지중해로 운반되는 화물들과 함께 유럽에 상륙했다. 한 역사학자는 페스트에 감염된 사람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피부색의 변화는 없었다. 열이 나지만 증세가 매우 미미해서 의사조차 위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혹처럼 부어오른 종기가 생겼다. 몸에는 콩알만 한 크기의 고름집이 생겨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피를 토하기도 했다. 그런 경우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8세기 뒤인 1315년 기상이변이 다시 유럽 대륙을 덮쳤다. 폭우와 흉작, 대기근으로 사람들은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길거리에는 썩은 시체 냄새가 진동했고 쓰레기와 배설물들이 넘쳐났다. 전염병이 창궐하는데 최적의 조건이었다.

페스트균은 매개체인 벼룩, 쥐와 함께 다시 유럽을 강타했다. 종교의 힘이 강했던 중세에서는 진노한 신이 인간에게 벌을 내렸다고 믿었다. 이에 사람들은 앞다투어 ‘희생양 찾기’에 나섰다. 유럽 곳곳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이 표적이 돼 화형 당하거나 집단 살해됐다. 인간의 죄를 속죄하고자 자신을 채찍질하는 ‘고행자’들도 나타났다. 1347년부터 52년까지 유럽 인구의 30%가 흑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수는 대략 18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천연두 환자들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감염 초기에는 약 200~500개 이상의 수포가 얼굴을 뒤덮는다. 곧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고통과 고열, 두통, 무기력함을 겪게 된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살아남더라도 ‘마마 자국’이라 불리는 흉터는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 젊은 여성에게 흉터는 재앙이었다. 흉터 투성이인 여자와 결혼을 원하는 남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천연두는 18세기 유럽에서 절정에 달했다. 25년간 1500만 명이 사망했다. 감염 확률은 3배까지 치솟았다.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혁신적인 천연두 예방법을 제안했다. 소 젖을 짜는 여인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소의 질병인 ‘우두(cowpox)’ 고름을 말려 사람에게 주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라틴어로 암소라는 뜻의 ‘바카(vacca)’는 오늘날 백신(vaccine)의 유래가 됐다.

이후 영국을 시작으로 1959년부터 전 세계적 예방 접종이 시행됐다. 1980년 5월 8일 WHO는 천연두 종식을 공식 선포했다. 천연두는 인류가 박멸한 첫 번째 전염병이 됐다.

1981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건강했던 젊은 남성 5명에게서 ‘폐 포자층’ 폐렴이 관찰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들은 모두 LA에 살고 있던 동성애자였다. 이후 전 세계에서 같은 질환이 관찰되면서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1970년대의 혈액 표본을 분석한 결과 동성애자들이 에이즈 유입의 원인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984년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고 에이즈 확진법이 개발됐다.

면역결핍증인 에이즈는 현재 진행형이다. 유엔 에이즈계획(UNAIDS)은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2017년 기준 약 37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규 감염자의 수도 매년 180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다. 할리우드 스타 록 허드슨,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 등 유명인들이 에이즈 환자로 판명됐다. 여전히 정체 모를 바이러스들은 숨을 죽인 채 우리 삶과 함께하고 있다.

배규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