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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는 대만인 의구심 커져".. 트럼프 당선시 상황 악화 우려도

'미중 대리전' 성격을 띠고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가 승리했음에도 미국에 대한 대만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어제(21일) 대만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교착상태에 놓인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만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신뢰가 급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영유권 주장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글로벌 갈등 상황에 대한 개입 수위를 놓고 내부에서 분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대만인들 사이에 '과연 미국이 대만을 지켜주겠느냐'는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선거 전에 이뤄진 대만인 대상 몇몇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예컨대 대만중앙연구원(Academia Sinica) 산하 유럽·미국학연구소(IEAS)가 지난해 9월 중순 대만 성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대만인이 34.03%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대만인들보다는 4배 가까이 많았지만 2021년 조사 때의 45.35%보다 11%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NYT는 또 선거 전 여론조사를 보면 대만인들은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믿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라이칭더 당선 이후 이런 기류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서 NYT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토론을 주제로 한 최근 연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인들 사이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미국이 자신들을 진짜 도와줄 힘이나 관심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결정적인 순간에 운전대를 놓아버릴 수도 있다고 보는 대만인들이 많다고도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같은 미국에 대한 대만의 불신에는 역사적인 배경도 자리잡고 있다.

1950년부터 대만에 주둔했던 미군은 1971년 당시 약 9천여명이 주둔했지만,1979년 미·중 수교를 계기로 미군은 철수하기 시작했다.

싱크탱크 '미국-대만 워치' 편집인 재스민 리는 대만인은 과거에 버림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만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대만에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해 돈을 챙기고 대만의 반도체만 원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미 대만인인 에이미 추는 신문에 이같은 불만을 전하면서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미 우선주의 외교정책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 대만 내부의 이같은 여론은 미국 자체를 불신하기보다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자신들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는데 나서 달라는 희망에 기인한 측면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