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가 25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물론 지구 밖 우주까지, 지구 안팎의 삶에 비범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트위터에는 괴짜 천재 머스크가 꿈꾸는 SNS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온종일 쏟아졌다.
머스크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고,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핵심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며 “트위터를 그 어느 때보다 더 낫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트윗에서 “최악의 비평가라도 언론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계속 사용하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했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콘텐츠 중재자가 플랫폼에 광범위하게 자주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테드 강연에서 “트위터는 일종의 광장이 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현실과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극단주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풀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 복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다. 트위터는 지난해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폭력을 선동해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정지했다.
머스크는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트위터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스타트업인 ‘트루스 소셜’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방침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화된 규제 분위기와도 충돌할 여지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주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 기업이 불법 콘텐츠를 처리하면 매출 6%를 과징금으로 내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발표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혐오, 인종이나 성‧종교 편파 발언, 아동 성 학대, 허위 정보 등 유해 콘텐츠 처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데보라 브라운 연구원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 트위터는 플랫폼에서 가장 취약한 사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수집 문제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소유하면 테슬라나 스페이스X가 수집한 것보다 더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며 “사용자 데이터 안전이 줄어들면 상당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트위터는 연간 매출 90%가 광고 수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에 기반을 둔 맞춤형 광고 덕분이다. 유럽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광고나 종교·성별·인종·정치성향 등 민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트위터를 인수하면 광고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초창기 공론장으로 돌아가게 하겠다”며 “이를 위해 ‘스팸 폿’을 물리치고, 추천 알고리즘을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인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트위터 비상장사 전환, 직원 감축, 이사회 무보수화, 샌프란시스코 본사 폐쇄 등을 언급했다. 또 알파벳 기준 280자 글자 수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비상장회사 전환은 미 증권거래위원회 감독을 덜 받고, 국회의 규제가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정치권도 분열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해 “트위터 운영자가 누구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왔다”며 “그들이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거래는 우리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축적한다”며 “빅테크에 책임을 묻기 위해 부유세와 강력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반면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주들에게 좋은 거래이며, 플랫폼이 언론 자유가 번성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높인다”며 환영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 주식을 주당 54.20달러, 총 440억 달러에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달 주가에 38%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트위터 이사회는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최종 인수는 주주 표결과 규제 당국 승인 등을 거쳐 올해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