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5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트위터에는 ‘괴짜 천재’ 머스크가 꿈꾸는 SNS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온종일 쏟아졌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 주식을 주당 54.20달러 총 440억 달러에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달 주가에 38%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트위터 이사회는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최종 인수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고,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핵심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며 “트위터를 그 어느 때보다 더 낫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비평가라도 언론의 자유는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계속 사용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머스크는 과거에도 콘텐츠 중재자가 플랫폼에 광범위하게 자주 개입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트위터가 극단주의 콘텐츠에 대한 제한을 풀 것이란 우려와 당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 복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트위터는 지난해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폭력을 선동해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정지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위터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스타트업 ‘트루스 소셜’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방침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도 충돌할 소지가 다분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주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이 불법 콘텐츠를 내보내면 매출의 6%를 과징금으로 내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발표한 바 있다.
머스크 소유 기업들의 개인정보 수집 문제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위터는 테슬라나 스페이스X가 수집한 것보다 더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다. 머스크 소유의 트위터에서 사용자 데이터 안전이 줄어들면 상당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위터는 연간 매출의 90%를 광고 수입에 의존해 왔다. 개인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 덕분이다. 유럽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광고나 종교·성별·인종·정치성향 등 민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면 광고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초창기 공론장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만 언급했다.
머스크는 인수 진행 과정에서 트위터 비상장사 전환, 직원 감축, 이사회 무보수화, 샌프란시스코 본사 폐쇄 등을 언급했다. 또 알파벳 기준 280자 글자수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비상장회사 전환은 증권거래위원회 감독을 덜 받고, 국회의 규제가 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바라보는 미국 정치권의 시각도 상반된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거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이다.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축적한다”고 우려했다. 반면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플랫폼이 언론 자유가 번성할 수 있는 곳이 될 거라는 전망을 높인다”고 환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