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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서 운 ‘도핑 스타’ 발리예바, 푸틴 옆에서 활짝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도핑 논란만 일으키고 여자 싱글 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러시아의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옆에서 모처럼 밝게 웃었다. 푸틴 대통령은 발리예바에게 “스포츠를 진정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격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에서 발리예바를 특별히 치켜세우며 “그 완벽함은 추가물질이나 조작으로 부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보면 푸틴 대통령은 금지약물을 ‘추가물질’(extra substances)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피겨스케이팅에서 그런 게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리예바가 금지약물을 투약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발리예바는 이런 푸틴 대통령 옆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경기를 마쳐 눈물을 쏟은 지난 2월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의 표정과는 달랐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채집된 도핑 샘플에 금지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올림픽 기간 중 열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긴급 청문회에서 출전 승인을 얻어 퇴출만은 면했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흥분 효과를 일으켜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된 물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의 피겨 여자 싱글 입상 시 시상식 취소’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예고하며 CAS의 결정에 항의했다. 발리예바는 지난 15일 쇼트프로그램을 1위로 마쳤지만 세계적인 비판 여론과 IOC의 결정에 압박을 느낀 듯 프리스케이팅에서 4위에 머물렀다. 만 16세 ‘피겨 신성’으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지목됐지만, 시상대 바로 밑으로 밀렸다.

발리예바는 경기를 마친 뒤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쏟았다. 그렇게 경기장을 빠져나온 발리예바에게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피겨 선수단을 지휘하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위로하지 않고 질책했다.



이 장면도 세계적인 비판을 불러왔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같은 달 19일 기자회견에서 “엘리트 스포츠에서 코치의 강인함이 승리의 열쇠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투트베리제 코치를 두둔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같은 달 24일로부터 닷새 전의 일이었다.

발리예바는 비록 여자 싱글 메달을 놓쳤지만, 팀이벤트에선 ROC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에 따라 조국에서 훈장을 받고 모스크바시로부터 400만 루블의 포상금을 받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