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자 단속·차단 정책 추진에 멕시코 내 난민 신청 건수가 급증할 조짐을 보인다.
멕시코난민지원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0여년 동안 멕시코 정부에 난민 지위를 요청한 사람은 꾸준히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천295명, 2014년 2천137명, 2015년 3천422명, 2016년 8천791명, 2017년 1만4천587명, 2018년 2만9천410명 등을 기록했다가 2019년 7만210명으로 불어났다.
팬데믹으로 국경 이동에 제약을 뒀던 2020년엔 4만763명으로 주춤한 뒤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12만9천432명과 11만9천78명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최근 가장 많았던 사례는 2023년 14만72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엔 7만8천975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 기간 국적별로는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쿠바, 아이티 등 근래 정세·사회 불안을 겪은 국가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멕시코난민지원위원회는 분석했다.
현지 당국은 연방 당국의 이민 사전인터뷰 예약 애플리케이션(CBP ONE) 비활성화와 불법 이주민 추방 등 트럼프 정부 대(對)이민자 강경책에 따른 멕시코 난민 신청 급증에 대비하고 있다.
멕시코난민지원위원회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을 '복기'하고 있다.
실제 멕시코 난민 신청 건수의 폭발적 증가 시기는 미국에서 이민자 단속 강화 방침을 현실화한 2019년이다.
당시 멕시코난민지원위원회는 "차라리 멕시코에 남아 기회를 잡겠다"는 취지의 이민자들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사무실 주변 범죄율 증가세에 멕시코 당국에서 부랴부랴 치안·이민 당국 시설·인력 확충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혼잡했던 상황이 재현될 기미도 감지된다.
이날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州) 타파출라와 멕시코시티 외곽 멕시코주 나우칼판 지역 등지에 있는 멕시코난민지원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으려는 이들의 대기 행렬을 촬영한 동영상이 다수 공유됐다.
물리적 충돌이 우려될 정도로 다투는 모습과 욕설과 함께 새치기 시도를 비난하는 광경도 담겼다.
일각에서는 돈을 받고 자리를 대신 맡아주는 사례도 생긴 것으로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난민 신청자가 밀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멕시코난민지원위원회 관련 업무에 편성된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재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멕시코난민지원위원회는 정상적으로 평소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예산 삭감 등에 따른 우려를 일축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난민) 요청을 처리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분석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