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난달(3월) 거의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모기지 이자율과 늘어난 주택 매물, 그리고 지속적인 무역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잠재적 구매자들이 주택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Zillow)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남가주 6개 카운티의 평균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38% 상승한 87만 5,90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개월 동안의 가격 상승률은 1.9%로, 2023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을 보였다.
질로우의 수석 경제학자인 오르페 디본가이( Orphe Divounguy)는 "주택 시장은 더 이상 ‘셀러 마켓’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디본가이 경제학자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주택 소유주들이 높은 모기지 이자율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팬데믹 기간 동안 확보했던 저렴한 이자율의 대출을 유지하는 것보다 이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주택 구매 희망자들은 적극적으로 시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USC 러스크 부동산 센터의 리처드 그린 디렉터는 그 이유로 6% 후반대의 높은 모기지 이자율이 지속되면서, 이자율이 절반 이하였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해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는 주택 가격대가 크게 제한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은 한계가 있다"고 그린 디렉터는 전했다.
그린 디렉터는 또한 지난 1년간 LA 카운티의 미약한 고용 성장 역시 수요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최근의 경제 현상인 무역 전쟁을 또 다른 요인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하고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수개월 동안 소비자 신뢰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다.
LA 지역의 부동산 중개인 마크 슐로서는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주택 구매를 중단한 고객은 없었지만, 주택이 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슐로서는 "일부 사람들은 상황을 지켜본 후 구매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인지 여부다.
질로우는 당장에 경기 침체는 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2026년) 3월까지 LA와 오렌지 카운티 광역권의 주택 가격은 주택 매물 증가로 인해 현재보다 2.4%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린 디렉터는 만약 관세로 인한 무역 전쟁이 더 심해지면, 경제는 매우 나빠질 수 있다면서 현재 상황은 솔직히 우려스럽고 겁난다고 말했다.
한편, 남가주 여러 지역의 아파트 임대료는 지난 1년간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1월 LA 카운티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이러한 하락 추세가 반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택 분석가들은 2022년부터 공실률이 상승하면서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낮춰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월 산불로 수천 채의 주택이 소실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임대 시장으로 내몰렸다.
주택과 재난 복구 전문가들은 퍼시픽 팔리세이즈와 알타데나 산불 지역 인근의 대형 주택 임대료가 가장 크게 상승하고, 산불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주택의 임대료 상승 압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화재 피해가 컸던 퍼시픽 팔리세이즈와 인접한 산타모니카의 경우, 아파트 리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간 임대료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퍼시픽 팔리세이즈를 포함한 LA 전체 도시의 임대료는 지난달 0.3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아파트 리스트는 알타데나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인접 도시인 패사디나의 임대료는 3월에 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