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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수장 사우디 극비 방문…관계 복원 노력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장인 윌리엄 번스 국장이 극비리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번스 국장이 지난달 중순 사우디 왕가가 라마단 기간에 머무는 해양도시 제다를 방문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번스 국장은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다’ 기간인 지난달 중순 남부 홍해 연안 도시 제다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화 내용은 유익했고, 이전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대화보다 좋은 분위기였다”고 WSJ에 말했다. 미국 정부는 번스 국장 방문 이후 사우디 왕가 분위기도 어느 정도 풀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국가였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관계가 악화했다. 사우디 왕실이 싫어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대응이 원인이었다. 미국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접촉 자체를 피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지난해 공급망 대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이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9월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 면담했는데, 카슈끄지 문제를 거론하다 언성을 들었다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번스 국장의 극비 방문은 사우디와 틀어진 관계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WSJ는 “번스 국장은 국무부 전 부장관 출신으로 아랍어를 할 줄 알고, 중동에서 직책을 맡은 경험이 많다”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비밀 대화를 통해 핵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