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민에 대한 인식이 이전과는 매우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대대적으로 이민 단속과 추방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에, 공화당 지지자들도 갈수록 피곤해하면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대가를 많이 치르는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보다 완화된 접근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갤럽이 지난달(6월) 2일부터 26일까지 거의 한 달여 기간 동안 실시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이민을 줄이자고 응답한 공화당 지지자 비율은 지난해(2024년) 88%에서 올해(2025년) 6월 기준 48%로 급감했다.
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이 1년여 만에 40%나 폭락한 것이다.
반면, 이민이 미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한 공화당 지지자들 비율은 1년 전 39%에서 올해 64%로 25%p나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갤럽 조사에서 나타나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뚜렷한 인식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 기조와는 상당히 엇갈리는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추방'과 '국경 보안 강화'를 지난 대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두번째 당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ICE(연방이민세관단속국)를 앞세워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전방위 단속에 착수했다.
LA 한인타운 인근 지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피부로 체감되고 있다.
지난 10일(목), Ventura 카운티 Camarillo 인근에 위치한 합법적인 마리화나 농장에서 ICE 요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군 병력과 함께 강압적 단속을 실시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라티노 노동자들과 남가주 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고, 일부 시민들은 미국-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특히, 한 노동자는 ICE 요원들로부터 도망을 하다가 빌딩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은지 하루만에 숨지고 말았다.
이 때문에 LA 한인타운을 비롯한 남가주에서는 ICE 단속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백악관은 이번 갤럽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개방 정책'을 뒤집고, 불법체류자 유입을 차단하면서 미국 내 불안감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두 달 동안에 걸쳐서 단 한 명의 불법체류자도 석방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ICE의 도심 내 단속 확대와 합법 체류자 보호 프로그램 종료, 농장 노동자 추방 확대 등 현실적인 조치들이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민 관련 정책 지지율 변화가 뚜렷하다.
국경 순찰 인력을 확충한 것에 대한 지지는 지난해(2024년) 76%에서 올해(2025년) 59%로 내려갔다.
국경 장벽 건설, 전면 추방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했다.
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불법체류자나 자녀에 대해서 시민권을 부여할 수있게 하는 것을 찬성하는 의견은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당시에 DACA 수혜자인 '드리머(Dreamers)'를 보호하겠다는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정책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단속이 이제 오히려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넬대 이민법 교수였던 스티븐 예일-로어 박사는 깊게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일반 대중들이 이제 이민을 미국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 알렉스 파디야 캘리포니아 연방상원의원도 캘리포니아 경제가 이민자들 덕분에 세계 4위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드리머와 농장 노동자 등 장기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One Big Beautiful Bill'로 불리는 이민 집행강화법안에 서명하며 초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ICE와 국토안보부 등 핵심 이민 단속 부서에 대한 예산도 이민 집행강화법안 서명으로 대폭 증액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추방과 구금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여론이 변화하는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