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11월 8일)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본격 선거모드 전환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을 ‘미국 역사상 가장 극단적 정치 조직’이라고 비난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이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 경제에 관한 백악관 연설에서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이 중산층 증세 및 사회보장 지출 축소를 위한 법안을 내놨다”며 “이는 노동계급에 훨씬 더 큰 비용을 내게 하고, 억만장자나 대기업은 비용 지불을 하지 않게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극단적인 ‘마가’(MAGA) 어젠다로 부르며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마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때 사용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슬로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지지층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무효로 하는 미 연방대법원 의견서 초안에 대해 “(공화당의) 다음 공격 대상은 무엇이냐. MAGA 군중은 진정 미국 역사에 존재한 가장 극단적인 정치 조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연방대법원을 장악하면서 낙태권이 흔들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연방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3500억 달러 줄고, 올해도 1조5000억 달러 감소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세수 확대로 재무부가 2분기 중 국가채무 260억 달러를 상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내 전임자 시절에는 단 한 분기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각해 대결 구도를 만들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중간 선거를 인플레이션 폭증에 대한 정권 심판 성격에서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로 탈바꿈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더힐은 이날 연설에 대해 “통합 메시지를 우선시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평소 언사에서 매우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낙태권 문제를 선거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에 특히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낙태권 옹호는 여성, 인종 소수자,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물가상승 등 경제문제 대응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탈한 기존 지지층을 한꺼번에 끌어안을 수 있는 의제를 얻게 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은 중간선거 때 낙태권 옹호를 위한 후보자에 투표해 달라는 호소도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지층 사이에서 반감이 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와 인디애나주 당내 경선에서 자신이 공개 지지한 후보 전원이 승리를 따내며 영향력을 증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이 결국 트럼프 당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