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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되면 캄캄, 온수도 없이…고통스런 생존이 시작됐다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지진 진앙에서 약 30㎞ 떨어진 가지안테프 도심. 기자가 찾아간 이곳의 한낮은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지만 해가 지자 지진의 상흔이 뚜렷해졌다. 캄캄한 어둠 속 조명이 들어온 창문은 전체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2층 이상의 주택 창문은 대부분 인기척 없이 깜깜하기만 했다. 전력은 며칠 전 복구가 됐지만 여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주민들이 집을 비우고 대피소나 차량에 머무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지역 건물 대다수는 지진으로 가스가 끊겨 온수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심의 한 3성급 호텔 직원은 “찬물밖에 나오지 않아 손님들에게 온수를 쓸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정 필요하면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동남부에 위치한 이곳은 이번 주 내내 최저기온이 영하권이었다.


15일 낮 가지안테프 도심에선 쇼핑 봉투를 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지진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메리칸 병원은 정원 곳곳에 행정 당국이 두른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다. 지진으로 지붕 위 구조물이 무너져 잔해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은 피해가 없어 진료가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떨어진 바윗덩이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곳 1층 빈방에는 지진으로 집을 잃은 울쿠(20)의 가족이 임시로 지내고 있다. 직업 군인을 지망한다는 울쿠는 “처음에는 떨어진 바위들을 보고 ‘여기도 무너지진 않을까’ 싶어 두려웠다”면서도 “지금은 이렇게라도 지낼 수 있어 다행이란 심정”이라고 밝혔다.

울쿠의 가족은 지진이 발생한 지난 6일부터 이곳에서 피난 생활을 시작했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지낼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그와 가족 5명은 모두 목숨을 건졌지만 친척 7명이 이번 지진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방 앞 통제선을 착잡한 듯 바라보며 연신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병원 인근의 이슬람 사원 ‘쿠루툴루스 자미’도 무너진 지붕 잔해가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130년 전 지어진 이곳은 건물 골격은 남았지만 지붕과 탑 형태의 구조물이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인적이 끊긴 사원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건물 잔해를 타고 넘다 지저분해진 외투를 수돗물에 씻고 있었다. 가지안테프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20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가지안테프성이 주저앉는 등 문화유산 피해도 상당했다.

가지안테프=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