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지역의 전체 노숙 인구는 다소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노년층 무주택자는 오히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방 정부와 시 정부의 복지 예산 삭감으로 인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가지 복지 서비스가 줄어들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마저 줄어드는 이중고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젊은층에 비해서 노년층에게는 거리에서의 삶이 곧 생과 사를 가르는 기로가 될 수도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LA 시의 노숙자 실태 관련해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전체 노숙자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나이든 노년층 노숙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LA시 노숙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살 이상 노숙 인구는 2023년 3,427명에서 올해(2025년) 4,680명으로 2년 만에 36% 증가했다.
이같은 수치에 대해 노숙자 관련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LA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노숙 인구 집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대인 복지기구, Jewish Family Service LA의 엘리 바이처 대표는 노년층에게 거리에서 사는 것은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온을 비롯해 여러가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년층은 그런 위험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는 경고다.
게다가 이같은 노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 연방 정부의 지원금 덕분에 크게 확장됐던 여러가지 노년층 서비스들은 지금 예산 고갈로 지속적으로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Reseda 지역에 위치한 ONEgeneration 센터는 San Fernando Valley 전역에서 6천여 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급식과 운동, 정신 건강 그룹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오는 9월까지 정부 지원을 대체할 수있는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최대 2곳의 센터를 폐쇄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른바 ‘찾아가는 식사 배달 프로그램’도 타격이 크다.
ONEgeneration 센터 측은 이미 최근에 들어서 101살의 고령 노인 한 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했으며, 앞으로 약 100명 이상이 식사 배달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못하고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도 노년층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노인 돌봄 서비스 운영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Big, Beautiful Bill’ 법안은 앞으로 10년간에 걸쳐서 메디케이드(Medicaid) 예산 1조 달러, 식료품 지원인 푸드스탬프(SNAP) 예산 3천억 달러 삭감 등을 포함하고 있어 노년층의 복지에 상당히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A시 예산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캐런 배스 LA 시장이 서명한 130억 달러 규모 시 예산에는 노인 대상 예산 삭감이 포함됐고, 노인국도 해체돼 청년 고용부와 통합됐다.
이에 대해 지역 복지 단체들은 노년층의 목소리가 LA 시 행정 시스템 안에서 사라질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LA카운티 역시 예산 편중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2025년) 노숙자 관련 예산 6억 3,700만 달러 가운데, 노년층 전용 영구주택 지원은 단 5백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예산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엘리 바이처 유대인 복지기구 대표는 각 정부 입장에서 노숙을 막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효율적인데, 지금 연방과 카운티, 시 모두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노인에게 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