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회장의 외아들로 뉴욕에서 출생한 삼성가 4세 이지호(25)씨가 해군 장교로 입대한다.
복수국적자가 사병이 아닌 장교로 복무하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며 이재용 회장은 장남의 결정에 격려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컬럼비아대 출신인 이씨는 15일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 학사 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뒤 11주간 장교 교육 훈련을 받고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훈련 기간과 임관후 의무복무기간을 합친 군 생활 기간은 모두 39개월이다.
재별가 아들의 장교 입대는 극히 이례적이다.
2000년생인 그는 한국과 미국 시민권을 가진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할아버지 이건희 회장, 부친 이재용 회장은 모두 신체검사에서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바 있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병역의무 대상자가 자원 입영을 신청한 사례는 한해 평균 100여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현역병 입대가 대부분이고, 장교는 극소수다.
일반 사병(18-21개월)보다 복무 기간이 최대 2.1배 길며 복수국적 특권까지 포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재계 총수 일가 가운데 장교 입대를 택한 사례는 최태원 SK회장의 차녀 최민정씨가 대표적이다.
코오롱그룹 4세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도 미국 시민권을 가진 복수국적자였지만, 육군에 현역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한뒤 2006년 공군사관후보생 117기 통역 장교로 3년 4개월간 복무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도 예일대를 졸업한 뒤 공군 장교로 병역을 마쳤다.
김 회장 역시 1974년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한화그룹 세 부자가 모두 공군 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다.
해외에서도 장교 복무는 기업인들의 모범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행 사례로 꼽힌다.
스웨덴 대기업 발렌베리그룹의 창업주 가문인 발렌베리가는 창업자 앙드레 오스카르 발렌베리를 필두로 5대 170년에 이르는동안 경영에 참여한 가문의 일원들이 해군 장교로 복무해 온 전통이 있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존 록펠러의 후손도 장교로 복무했다. 외아들 존 록펠러 주니어의 3남 로렌스 록펠러와 4남 윈드롭 록펠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각 해군 장교와 육군 장교로 참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