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가 미국 식량과 관련한 조사를 30여 년만에 처음으로 하지 않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저소득층의 영양 접근성을 추적하는 핵심 보고서를 30여 년 동안 계속 조사해서 정책 결정에 활용해 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조사가 중복적이고, 고비용인데다가 정치 편향적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아예 중단시켜 버렸다.
미국 내 기아와 영양 부족 실태를 수치로 보여주는 핵심적인 Data가 이제 사라지게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저소득층의 식량 접근성을 추적해온 연례 식량 불안정(Food Insecurity) 조사를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방 농무부(USDA)는 지난 21일 토요일 발표를 통해서 문제의 조사가 중복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며, 정치적으로 편향적이어서 불필요하다고 규정하며 폐지한다는 방침임을 공식화했다.
이 보고서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도입돼 30년간 매년 발표돼 왔으며, 미국 내 기아와 영양 부족 실태를 수치로 보여주는 핵심 Data로 활용돼 왔다.
이것은 정파를 떠나 지난 30여년 간 식량 정책 입안의 근거가 된 자료다.
연방 농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4,740만여 명이 식량이 불안정한 가정에 속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가운데 대략 1,400만여 명은 아동으로 조사돼 큰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연방 농무부는 식량 불안정 비율이 지난 수년간 사실상 변하지 않았다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의 주장을 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농무부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반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보성향 연구기관인 미국진보센터(CAP) 의 카일 로스 애널리스트는 2023년 보고서가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의 식량 불안정을 기록했다면서, 불과 2년 전보다 크게 악화된 것이 확인됐다며 농무부 발표를 반박했다.
특히 아동 식량 불안정은 전년 대비 3.2%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량 연구·옹호단체인 FRAC의 크리스탈 피츠사이먼 회장도 공영 라디오 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전국적인 조사를 통한 Data 없이는 미국의 기아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탈 피츠사이먼 회장은 정확한 수치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실상 눈을 가리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트럼프 행정부가 발효시킨 이른바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법안은 식품보조 프로그램(SNAP)의 근로 요건을 크게 강화해서 약 240만여 명이 식량 지원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일 로스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보고서가 폐지된 이유에 대해 강화된 근로 요건으로 인한 식량 불안정 증가가 Data에 드러나는 것을 현 연방정부가 피하려는 의도가 담긴 결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일 로스 애널리스트는 그같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결국 앞으로 몇 년간 불안정이 심화되는 현실이 확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 농무부는 이와 관련한 언론의 구체적 질문에 답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보고서는 다음 달인 오는 10월 22일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2024년) 식량 불안정 자료를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비용 절감과 정치적 편향 해소라는 연방정부 주장과 달리, 투명성 약화와 기아 문제 은폐라는 비판이 맞서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