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 온난화 문제를 두고 “우리는 지금 당장 초고속으로 기후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우리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얇은 얼음 위에 서 있고, 그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 발표 관련 기자회견에서 영상을 통해 “우리의 세계는 모든 방면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는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 200년간의 지구 온난화는 사실상 전부 인간에게 책임이 있다. 지난 반세기 간의 기온 상승은 2000년 이내 최고”라며 “기후 시한폭탄이 똑딱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PCC 보고서는 이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방법이 담긴 설명서”라면서 “이건 인류를 위한 생존 설명서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IPCC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13∼19일 열린 제58차 총회에서 각국이 밝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번 세기 안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후 배출량이 늘어난다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이 2100년에는 2.8도(2.1∼3.4도)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안녕과 행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번 10년간 내려질 선택과 행동은 향후 수천년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전 지구적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 행동의 ’양자도약’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국가가 단합해 사회·경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퀀텀 점프(Quantum Jump)’로 알려진 양자도약은 원자 등 양자가 에너지를 흡수해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 일정 수준에서 급속도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인용한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 시점을 선진국은 2040년, 개발도상국은 2050년으로 앞당길 것을 촉구했다. 대다수 국가가 밝힌 탄소 중립 달성 목표 시점보다 10년가량 이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경우 2030년까지, 여타 국가들은 2040년까지 석탄을 퇴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