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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 투표권법(VRA) 무력화 가능성 높아 논란

연방 대법원이 오늘(10월15일) 수요일에 1965년 만들어져 60년 된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 VRA)의 핵심 조항을 대폭 약화시킬 중대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의 선거구 재획정(Redistricting)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2년 전만 해도 연방 대법원은 이 법을 가까스로 존속시켰지만, 최근에 들어 대법원에서 다수파를 차지하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행보는 역사적 차별에 대한 인종 기반 구제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다.

인종 고려 선거구 획정, '평등 보호' 위반 논란 재점화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루이지애나 주 선거구 재획정을 둘러싼 사건인 이른바 [Louisiana v. Callais] 재판이 자리하고 있다.

이 루이지애나 주 선거구 재획정 사건은 원래 지난 3월 변론이 진행됐지만, 대법관들이 회기 마감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례적으로 재변론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법적 질문을 확대해 지난 60년간 사용된   투표권법(VRA)의 인종 기반 구제책에 문제가 있는 지에 대해서 심리해왔다.

즉, 헌법의 '평등 보호 조항(Equal Protection Clause)'을 위반하는지에 대해 정면으로 심리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이 인종 기반 구제책을 금지할 경우,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정치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소수 인종이 다수가 되는 '소수 인종 다수 선거구(majority-minority districts)'를 통합할 수 있는 주(州)의 권한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치적 파장: 공화당의 '게리맨더링' 용이해질 가능성

투표권법(VRA)의 핵심인 제2조(Section 2)는 인종을 이유로 유권자가 선호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선거법 전문가인 뉴욕대 리처드 필데스 교수는 투표권법(VRA)의 인종 기반 구제책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해 그동안 노골적인 게리맨더링(선거구 획정 농단)이 억제될 수있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필데스 교수는 예를 들어, 주로 공화당이 지배하는 남부 주들 경우 투표권법(VRA)에 따라 흑인 다수 선거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모든 선거구를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필데스 교수는 만약 대법원이 제2조를 극적으로 약화시킨다면, 각 주들이 선거구 재획정(Redistricting)을 통해 투표권법(VRA)에 따른 선거구를 없애고 의회 선거구를 공화당 성향으로 만들기 더 쉬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파의 선례와 로버츠 대법원장의 역사

보수 성향으로 기울어진 연방 대법원의 움직임은 역사적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인종적 기반 조치들을 하나씩 폐기해 온 최근의 판결들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2년 전 고등 교육의 소수계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폐기했으며, 2007년에는 공립학교의 인종 통합 계획을 무효화시켰다.

당시 존 로버츠(John Roberts) 대법원장은 인종에 근거한 차별을 멈추는 것이 인종에 근거한 차별을 멈추는 방법이라고 판결문에 대법원 결정의 요지로 썼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은 이미 2013년에 [Shelby County v. Holder] 판결을 통해 역사적으로 차별이 심했던 주들이 선거법 변경 전 법무부 사전 승인(Pre-Approval)을 받도록 한 투표권법(VRA)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판결을 내려 일관되게 투표권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핵심 변수: 캐버노 대법관과 루이지애나 주의 입장 번복

그런데 이번 재변론에서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인물이 있는데 바로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이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전 변론에서 인종 기반 구제 조치 권한이 '논리적인 종점'이 있어야 하고, '일시적인 문제'로 제한되어야 한다며 투표권법(VRA) 구제책에 '지속 기간(Durational) 제한'을 둘 가능성을 시사했다.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당초 투표권법(VRA) 준수를 위해 두 번째 흑인 다수 선거구를 만든 것을 옹호했지만, 대법원 재심리 단계에서 입장을 번복하고 인종 기반 선거구 획정이 헌법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며 투표권법(VRA) 제2조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흑인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변호인단은 투표권법(VRA)이 없던 100년 전에는 흑인 유권자들이 정치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배제됐던 것이 현실이었다며, 지금도 인종을 고려한 선거구 재획정이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연방 대법원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경고했지만 대법원은 투표권법(VRA) 자체가 차별이었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여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선거구 재획정 행보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