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국채 가격이 급등(수익률 하락)하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특히 기업 신용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 자산을 회피하고 美 국채로 대거 피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몇 주간 주식 시장과 회사채 시장 전반에서 변동성이 확대되자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은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과 기업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경제 전문지들은 분석했다.
지난 수 주 동안 몇몇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채무 불이행 등 신용 불안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도가 높은 회사채에서 자금을 회수해서 美 국채로 옮기는 '질적 도피(flight to quality)'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 분석가는 회사채와 국채 간의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가 갈수록 확대되는 것이 시장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美 국채가 가장 확실한 피난처로 간주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랠리에서는 단기물보다는 10년물, 30년물 등 장기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매우 강하게 유입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를 넘어, 장기적인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또는 금리인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장기 국채 수익률 하락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금리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어, 앞으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결정에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美 국채의 강력한 랠리는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미국 달러와 국채가 여전히 핵심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국채 랠리가 시장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가리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용 시장의 불안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美 국채 시장 역시 일시적인 변동성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상당수 투자자들이 당분간 위험 회피 성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기업 신용 지표와 거시 경제 데이터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