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 AI 기술이 교육의 잠재력을 높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부정행위의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구글의 시각 검색 도구인 '구글 렌즈(Google Lens)' 최신 버전이 학생들이 디지털 시험에서 쉽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일선 각급 학교에서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모습이다.
몇 달 전, LA 통합교육구 소속의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는 평소 성적이 부진했던 학생들이 갑자기 시험에서 A학점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해당 교사는 부정행위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지만, 구체적인 수법을 파악할 수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없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에 한 학생이 이 고등학교 교사에게 최신 버전의 '구글 렌즈'와 그 기능을 보여줬고, 그제서야 교사는 문제거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았다.
구글은 시각 검색 도구인 렌즈를 크롬(Chrome) 브라우저에서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가 도구 모음에 숨겨진 아이콘을 클릭하면 이동이 가능한 '버블(Bubble)'이 화면에 나타나게 된다.
이 버블을 시험 문제 위에 가져다 놓으면, 페이지를 벗어나거나 프롬프트를 입력할 필요 없이 옆에 AI가 생성한 답변, 설명, 해석 등이 사이드바에 즉시 표시된다.
학생들은 단지 '클릭' 한 번으로 디지털 시험에서 손쉽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스틴 스티븐슨(Dustin Stevenson) 교사는 "믿을 수 없었다"며 AI 시대를 맞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더 힘들어졌는데, 이제는 부정행위까지도 헤쳐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부정행위 수법을 따라잡는 것은 언제나 교사들에게 '숨바꼭질'과 같은 일이었지만, 많은 교사는 AI 도구, 특히 구글 렌즈 때문에 더 이상 교실에서 학업의 정직성(academic integrity)을 의미있게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학습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캘리포니아 주의 약 580만여 명에 달하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사이에서 수백만여 명이 크롬북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트북 옵션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교육구는 원격 수업을 위해 학생들에게 크롬북을 제공했고, 팬데믹이 끝나고 학교가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후에도 이 기기들을 계속 사용하면서 교실 교육의 핵심 수단이 됐다.
LA의 고등학교 교사인 윌리엄 휴이슬러(William Heuisler)는 크롬북의 보급을 첫 번째 위험 신호로 보고 있다.
윌리엄 휴이슬러는 AI가 교육을 향상시킬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부정행위를 촉진하는 능력 또한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윌리엄 휴이슬러는 교실에서 아예 모든 신기술을 없애고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는 기본 방식으로 돌아갔다.
10대들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며, 비판적 사고를 배우기를 원한다고 윌리엄 휴이슬러 교사는 말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독립성과 비판적 사고, 솔직한 의견 개진 등을 AI 디지털 기술이 방해하고 개발하지 못하도록 만들게 된다면, 기성 세대가 실제로 아이들을 돕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비영리단체 민주주의와 기술 센터(Center for Democracy and Technology)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윌리엄 휴이슬러 교사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국 조사에서 교사 70% 이상이 AI 때문에 학생들의 과제가 실제로 본인의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의 75%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작문, 연구, 독해와 같은 중요한 필수 기술을 배우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고 응답했다.
MIT의 최근 연구 ‘ChatGPT를 사용하는 당신의 뇌’에 따르면, 에세이 작성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인지 활동이 현저하게 적었다.
심지어 방금 쓴 에세이의 세부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인 학생들도 많았다.
또한 AI에 의존하지 않은 학생들이 쓴 에세이에 비해 아이디어, 문장 구조, 어휘 면에서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혼란은 AI 사용에 대한 일관성 없는 규정에서 비롯된다.
캘리포니아 교육부는 교사가 AI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매우 광범위한 지침으로 여러가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요건이 없다.
일부 학교나 학군 내에서도 교사마다 AI 사용에 대한 규칙이 다르다.
싱크탱크 RAND 연구기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교사 34%만이 학교나 교육구가 AI와 부정행위에 관한 일관된 정책을 가지고 이를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 비영리 단체인 프로젝트 투모로우(Project Tomorrow) 보고서에 의하면, 명확한 규칙이 부족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부정행위의 범위에 대해서 매우 높은 차이로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정책 분석기관(Policy Analysis for California Education)의 알릭스 갤러거(Alix Gallagher) 국장은 성인들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알릭스 갤러거 국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성인의 책임이며, 성인들이 제대로된 해결책, 굳건한 원칙 등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더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학교에서 지급한 노트북이라 할지라도 크롬 브라우저에서 렌즈 기능을 제거할 계획은 없으며, 긍정적이고 윤리적인 AI 사용법을 배울 것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
학교 관리자들은 각 교육구 차원에서 렌즈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LA 통합교육구는 렌즈에 긍정적인 사용 용도가 많다는 이유로 학생용 노트북에 이 기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이수한 학생에게만 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며, 표절과 부정행위 금지 규정 등을 준수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더스틴 스티븐슨 교사는 자신이 LA 통합교육구에 부정행위 사실을 알린 후 지난주 학생들의 크롬북에서 렌즈 기능이 사라진 것을 언급하며, 고무적인 결과지만, 이는 또한 AI 도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스틴 스티븐슨 교사는 교사와 학교 지도자들이 학습 경험의 모든 세부 사항을 고려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쏟지만, 구글은 클릭 한 번으로 그것을 완전히 훼손할 수있다며 교육이 이런 식으로 작동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