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급락세를 타면서 하루 만에 약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구글(알파벳)이 인공지능, AI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자체 칩 TPU가 AI 특화로 빠른 처리 속도를 자랑하며 엔비디아의 칩 GPU 성능을 앞도하면서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주형석 기자입니다.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 주가는 지난주부터 계속 하락해 가파른 손실을 입었고 일부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매도세는 더 넓은 시장으로 파급되면서 많은 관련 주들에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하락의 원인을 알파벳(Alphabet, 구글의 모회사)의 자체 AI 전문 칩인 TPU(Tensor Processing Units)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인 서버 제조업체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3.7% 하락했고, 엔비디아 시스템에 수십억 달러 투자하기로 한 소프트웨어 그룹 오라클도 2% 손실을 기록하며 지난주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엔비디아가 6%의 지분을 소유한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코어위브(CoreWeave) 주가도 3.7% 하락했으며, AI 클라우드 경쟁사인 네비우스(Nebius) 역시 3.6% 내려갔다.
엔비디아의 주요 라이벌인 AMD 주가 역시 7.5% 급락했다.
이번 시장의 불안정은 구글이 지난주 최신 거대 언어 모델인 제미나이 3 (Gemini 3)를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이 모델은 오픈AI의 ChatGPT를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요한 점은 구글의 모델이 자체 칩을 이용한다는 것으로 오픈AI 시스템에 동력을 공급하는 엔비디아 칩 대신 TPU 칩을 사용해서 훈련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존스 트레이딩(Jones Trading)의 마이크 오루크(Mike O'Rourke)는 제미나이 3의 출시가 딥시크(DeepSeek) 혼란을 연상시킨다며 아직까지는 미묘하지만 더 중요한 버전이 될 수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딥시크는 지난 1월 갑자기 등장해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기술주들의 급격한 매도세를 촉발했던 중국 AI 스타트업이다.
마이크 오루크는 시장이 구글을 현재 시점에서 명확하게 AI 리더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무라(Nomura)의 전략가 찰리 맥엘리고트(Charlie McElligott) 역시 제미나이 3가 보여주고 있는 충격을 딥시크 쇼크에 비유하며, 알파벳의 최신 모델이 "AI 위계질서 체스판을 리셋했으며" 시장을 새로운 딥시크 순간으로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잠재 고객인 메타(Meta) 등에게 엔비디아 칩 대신 자체 데이터 센터에 TPU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구글의 TPU 칩의 경우에 지금까지는 고객들이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서만 임대할 수 있었지만, 이를 외부 데이터 센터에도 판매를 할 수있게 된다면 엔비디아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인 메타(오픈AI와 마찬가지로)의 주요 사업 영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엔비디아는 정점인 5조 달러 초과를 기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시가총액 8,000억 달러 이상을 잃었다.
반면, 알파벳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에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