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인터넷 붐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던 시스코시스템즈(시스코)가 25년 만에 당시 기록했던 주가 정점을 넘어섰다.
어제(10일) 뉴욕증시에서 시스코 주가는 0.93% 상승한 80.25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2000년 3월 찍었던 최고가를 돌파했다.
당시 시스코는 79.37달러에 마감하며 나스닥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고, 주가가 2년간 600% 가까이 치솟는 등 닷컴버블의 상징적 존재였다.
그러나 거품 붕괴 직후 주가는 연말 11달러 수준까지 추락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회복하지 못했다.
SLC 매니지먼트의 데크 멀라키 이사는 “버블 붕괴 이후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본 증시의 장기 침체와도 비교했다.
그는 또 주가가 다시 상승한 것은 시스코가 혁신기업보다는 안정적 유틸리티 기업에 가까워지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주가 반등은 지난달(11월) 13일 발표한 실적 전망이 계기가 됐다.
시스코는 2026회계연도 매출이 최대 6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발표 이후 어제까지 주가는 8% 넘게 상승했고, 올해 누적 상승률은 36%에 이른다.
시스코는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UBS도 AI 제품 수요 증가를 이유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