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12월15일) 거리의 마약인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공식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군사력을 동원해 단속하는 '마약 전쟁의 군사화'를 더욱 가속하는 조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계 부풀리기와 실효성 없는 군사 작전, 그리고 최근 단행된 마약왕 사면 등 모순된 모습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 WMD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앞으로 강력한 단속에 나설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조직범죄 네트워크에 의해 수행되는 펜타닐의 제조, 유통 등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미국 전체와 국경의 무법천지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이 미국 가정에 초래한 대학살이 많은 전쟁에서의 미군 사망자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년 20만여 명에서 30만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따라서 펜타닐을 공식적으로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한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이 매우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수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 CD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미국 내 펜타닐 사망자는 약 48,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실제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정부가 2002년 인질극 진압을 위해 펜타닐을 가스 형태로 무기화한 단 한 건의 공식적 사례만 있을 뿐이다.
미국 내에서는 단 한 번도 펜타닐 무기화 사건이 보고된 적이 없다.
국방대학교(National Defense University) 대량살상무기 연구센터의 지난 2019년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펜타닐 화합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WMD로 지정할 근거도, 필요성도, 순이익도 분명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제프리 싱어 박사는 미국 내 펜타닐 사망의 원인은 광범위한 오피오이드 중독 때문이지, 카르텔이 고의로 마약을 무기화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마약 의심 선박에 대한 군사 공격과 마약 카르텔의 테러 조직 재분류를 포함한 미국 마약 전쟁의 광범위한 군사화의 일환이다.
공영 라디오 방송, NPR 분석 내용에 따르면 미군은 올해 들어 카리브해와 베네수엘라 인근 동부 태평양에서 마약 의심 선박에 대해 최소 22차례 공격을 감행해 80명 이상을 사망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펜실베니아 연설에서 배 한 척을 격침할 때마다 미국인 25,000여 명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논란이 되고 있는 군사 작전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반다 펠밥-브라운 연구원은 미국 마약 사망의 주원인인 펜타닐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지도, 공격 대상인 보트로 밀수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에서 취해지는 조치는 펜타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당 지역의 카르텔이 주로 밀매하는 마약 종류가 코카인이고, 그 상당수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향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이러한 군사 공격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프리 싱어 박사는 지금 미국 정부의 대응이 카르텔에 밀수하기 더 쉬운, 더 강력하고 치명적인 형태의 마약을 개발하도록 부추기고 있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카르텔이 부피가 큰 코카인 대신, 밀수가 용이한 펜타닐, 메스암페타민, 니타젠 같은 치명적인 합성 마약으로 생산을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물급 마약 사범들을 사면하는 패턴 때문에 군사적 강경책의 억제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약 밀매와 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안 올랜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사면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연방상원의원(버지니아)은 미국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장 큰 범죄 기업 중 하나의 리더를 1년도 안 돼 사면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밀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는 '실크로드'라는 다크웹 마약 거래 사이트 창설자와 갱스터 디사이플스(Gangster Disciples) 마약 조직의 전 두목도 사면했다.
1기 임기 때는 멕시코의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 제페다 장군을 멕시코 카르텔과의 유착 증거에도 불구하고 석방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마약 대응 정책에 일관된 원칙이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보수 성향의 마약 정책 전문가들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화된 접근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헤리티지 재단의 안드레스 마르티네즈-페르난데스 박사는 군사 행동과 테러 조직 지정이 위협에 맞서기 위해 정말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전문가들 중에서도 강경 무력 접근 방식이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등 외국의 일부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해 카르텔에 대해서 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대 마약 카르텔 정책을 두고 이를 비판하는 측과 지지하는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