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리는 러시아의 77주년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앞두고 전세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주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에서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선포할지, 승리 선언 후 본격적인 휴전 협상에 들어갈지 중대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전승절의 의미는 남다르다. 러시아는 2차대전을 나치 독일에 맞선 소련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승전의 주역도 서방이 아닌 러시아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1812년 모스크바를 침공했던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조국전쟁’,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대(大) 조국전쟁’이라고 부르며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서는 푸틴이 내놓을 전승절 메시지를 두고 ‘최후통첩’과 ‘협상’으로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승절 기념식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선포하고 국가총동원령을 내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인 아바스 갈리야모프도 BBC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할 수 있다”며 “
반면 러시아가 확전이 아닌 현재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역의 실효 지배를 통해 승리를 선언하며 평화협상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미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돈바스로 연결되는 요충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병합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대사인 마이클 카펜터는 “러시아가 5월 중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을 러시아에 병합하기 위한 ‘엉터리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한반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동부는 러시아와 맞닿아있고 친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높다. 게다가 동부와 남부를 잇는 마리우폴, 남부의 항구 오데사 등은 우크라이나 교역의 중심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장악하면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동남부를 통해 언제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한국처럼 둘로 쪼개려 한다”며 “우크라이나판 남한과 북한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자국 국경에서 크림반도까지 육로로 연결할 의도가 있으며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하나의 독립체로 통합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른 미국의 대응책에도 눈이 쏠린다. 뉴욕타임스 등은 미국의 전쟁 목표가 바뀌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쟁 초기 적극적 개입을 자제해왔던 미국이 이제는 ‘러시아의 무력화’로 목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협상에 돌입하더라도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게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