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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먼저 간 아들 자리 비우고 ‘찰칵’


심순옥(62) 권사 부부는 가족 사진을 찍을 때 오른편 의자에 아들 자리를 비워놨다. 하나뿐인 아들은 지난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요식업을 운영하다 1년 만에 터진 코로나19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자식이었다. 심 권사는 “(아들이) 살아 있을 때 가족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게 마음의 한이 됐다”며 “교회에서 가족 사진을 찍어 준다는 소식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남편인 전병순(64) 안수집사는 “(빈자리에) 아들 사진을 합성해 액자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야 어버이날 하늘에 있는 아들이 덜 불편해할 것 같아서다.

어버이날이었던 8일 경기도 수원 팔달구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청년부는 특별한 사진관을 열었다. 교회 성도들의 가족 사진을 찍어주는 ‘제일사진관’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떤 봉사를 할까 고민하다가 성도들 가정에 의미 있는 추억을 선물해주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카메라 메이크업 조명 사진보정 등 청년들은 저마다 역할을 나눴다. 기자는 촬영 보조요원으로 동참했다.

촬영장인 교회 1층 비전홀에는 아침부터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다투고 오신 거 아니죠? 방긋 웃어 보세요.” ‘오늘의 사진사’ 나두현(35)씨가 유도하는 웃음에 성도들의 굳은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1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 문을 연 사진관은 사람들과 함께 저마다 크고 작은 사연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30년째 택시를 모는 이정호(68) 안수집사도 가족들과 함께 사진관을 찾았다. 현재 피택자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어버이날에 딸 부부와 손주들에게 축하도 받고 함께 사진도 찍게 돼 감사하다”면서 “기쁜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겠다”고 말했다.

안혜정(47) 권사는 이달 말 큰아들 군 입대를 앞두고 사진관을 찾았다. 안 권사는 “6년 만에 찍는 가족사진이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르다. 잠시 떨어져 있을 큰아들과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촬영 봉사에 나선 청년부 회원들이나 사진 신청자들 모두 즐겁고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진 보정을 맡은 박우현(30)씨는 “성도들을 섬길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쁜 경험이었다”며 “봉사를 하면 할수록 왜 기쁨이 두 배가 되는지 오늘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은주(46) 성도는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후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한 교회에 감동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성도들을 위한 사진 촬영은 다른 교회들도 재능기부로 감동적인 이벤트를 선사하도록 벤치마킹하는 데 손색이 없어 보였다. 수원제일교회 청년부에 따르면 반사판이나 조명 등 일부 장비는 인근 사진관에서 빌릴 수 있고, 카메라와 사진 보정을 위한 노트북은 개인 장비를 활용하면 된다.

당일 촬영 요원은 안내, 메이크업, 사진촬영, 촬영 도우미, 사진 보정 등 7~8명이면 충분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팀원들이 사진 촬영을 원하는 가족의 신청서와 함께 기도 제목과 에피소드 등을 받아서 준비하면 된다.

박선명(30) 청년부 회장은 “촬영한 사진은 작은 액자로 만들어 각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영정 사진이나 프로필 사진 촬영 같은 관련 행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유경진 인턴기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