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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늪에 빠진 서방… 그걸 노리는 푸틴


연일 이어지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 행진과 각국 정부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세계 경제 전체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안 그래도 부족한 글로벌 공급망과 석유가격 폭등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부족 사태까지 겹치며 미국 유럽 한·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경제 위기 방어에 전력을 투여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불황을 이용해 서방의 단결된 반러시아 전선을 깨기 위한 장기전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초창기 전격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다 실패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젠 의도적으로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점점 더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 지원을 언제까지 지속할지 시험하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반도체 부족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는 일시적일 것이란 당초 전망과는 달리 1년 넘게 풀리지 않았고, 석유가격 역시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 조치로 지난해보다 더 폭등하는 모습이다 각종 원료 가격과 임금 상승 요인으로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반러·친우크라이나 전선에 동참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거침없이 모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에 나섰지만 유럽연합(EU) 핵심국인 독일은 엄청난 경제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전체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체선을 찾아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독일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EU는 벌써 세 달째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놓고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다.

거듭 ‘금수조치 불가’ 입장을 내비치던 독일이 미·영·프의 압력에 다소 누그러졌지만, 친러 행보를 지속 중인 헝가리는 되레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더 늘리고 있다. 12일에도 EU는 이 문제를 놓고 전체 회원국 회의를 열었지만, 헝가리의 완강한 반대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안보 불안에 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 중인 스웨덴과 핀란드 문제도 만만치 않다. 두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기 위해 병력과 무기를 대규모 증편해야 하는 나토로선 불황의 그림자가 잔뜩 드리워진 상황에서 예산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과 서방은 ‘세계의 곡창’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 하락에 따른 식량위기 해결책도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식량위기 양상은 더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NYT는 “우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기구(OPEC)가 석유 증산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면서 “이에 성공하지 못하면 푸틴의 노림수가 통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