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러시아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경제난 때문에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어제(14일) 보도했다.
전쟁에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지만, 러시아가 항만을 봉쇄하면서 주요 수입원인 곡물을 수출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부 장관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경제가 탄탄한 상황에서 전쟁을 시작해 지금까지 위기를 잘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은행이 올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이 45%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44%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마르첸코 장관은 특히 전쟁이 3∼4개월 이후에도 계속되면 정부가 대폭적인 세금 인상과 비용 삭감 등 고통스러운 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을 걱정했다.
밀, 보리, 해바라기 등 주요 작물을 수출하면 외화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부들이 방탄조끼를 착용하면서까지 씨를 뿌린 덕분에 주요 작물 파종은 평년의 약 80% 수준으로 마쳤고, 러시아군이 동남부로 후퇴하면서 수확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판로가 막혔다.
러시아가 흑해에 함대를 배치하고 우크라이나군도 적 상륙을 막으려고 기뢰를 부설하면서 주요 항구인 오데사가 완전히 폐쇄됐기 때문이다.
인근 제2, 제3의 항구도 마찬가지 상황이며 그다음으로 큰 베르댠스크와 마리우폴은 러시아 수중에 있다.
곡식 창고에는 최근 수확을 마치고서도 수출하지 못한 겨울작물이 가득 쌓여있어 더 보관할 공간이 많지 않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도로와 철도로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를 통해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가 많은 운행량을 감당할 수 없는 데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등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국경 통과를 까다롭게 하는 게 문제다.
이미 국경검문소에는 세관 및 위생검역을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10km나 늘어선 데다 EU는 입국할 수 있는 화물차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한 유럽과 전 세계가 9월 이후 심각한 식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