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분유 대란’이 길어지는 가운데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베트 미들러(77)가 여성들에게 모유 수유를 추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베트 미들러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분유 대란 사태가 소수 독점의 비밀을 드러냈다’는 미국 NBC 방송 진행자의 트윗을 인용하며 “모유 수유를 하십시오! 돈이 들지 않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물론 정치계, 문화계 인사들도 거센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전 정권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스티븐 밀러는 “정말 모욕적이고 무지한 발언이다. 많은 엄마에게 모유 수유가 선택지가 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며 “그동안 분유를 먹이지 않았다면 이를 단번에 바꿀 수 없다. 우유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수백만명은 말할 것도 없고”라고 지적했다.
작가 일리세 호그도 “베트 이건 정말 나쁜 선택이에요”라고 반대 의견을 남겼다.
미 하원의원 후보자인 제니 가르시아 샤론은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을 앓는 어머니들에게 그렇게 말해보라. (이들은) 치료 때문에 더는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직장에 다니느라 모유 수유가 어렵다” “모유 수유는 개인의 선택이다” “분유를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아기도 있다” 등 반박하는 글이 빗발쳤다.
특히 이번 분유 대란의 가장 큰 이유는 애보트사의 시장 독점이 문제라는 점에서, 베트 미들러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엉뚱한 조언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베트 미들러는 “모유 수유를 못 하는 게 수치는 아니다”면서 “만약 당신의 모유가 ‘과학적으로 연구된 제품’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그건 다른 얘기”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독점 뉴스는 새로운 소식이다.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미국의 분유 공급난은 지난 3월부터 미 전역으로 번져 마트에서 분유를 구매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미국의 ‘분유 대란’은 코로나19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 최대의 분유 제조업체인 애보트사의 불량 제품 ‘대규모 리콜 사태’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애보트사의 분유를 먹은 어린아이들이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하고 병원 치료를 받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대규모 제품 리콜을 지시했다. 미국 분유 시장의 89%를 4개 회사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분유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들은 75% 정도다. 부모들은 분유를 구하기 위해 인근 도시까지 돌아다니며 진땀을 빼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분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제조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몇 주 안에 훨씬 더 많은 분유를 진열대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도 트위터에 “소매점의 재고율이 안정되고 있지만, 가용성을 더 높이기 위해 24시간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