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격전을 치르는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이 돈바스 지역인 루한스크주의 전략적 요충지 세베로도네츠크를 놓고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이 도시를 중심으로 양측 군대가 방어진지와 참호를 파고 포격전을 주고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맹위를 떨쳤던 참호전이 21세기에 소환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돈바스 지역 전선을 따라 러시아군의 포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격전이 치러지는 곳은 도네츠크주 리시찬스크와 바흐무트 일대, 루한스크주의 세베로도네츠크시 등지라고 특정하기도 했다.
대평원의 소규모 마을로 구성된 이들 지역에는 양측 군대가 하루 간격으로 점령과 수복을 반복하는 곳도 나오는 양상이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습격을 감행해도 견고하게 구축된 우크라이나군의 참호와 진지 저지선을 넘지 못하고 후퇴하는가 하면, 화포 등 서방 공격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점령지역을 향해 대규모 포격전을 벌이는 경우도 벌어진다.
‘돈바스의 관문’이라 불리는 세베로도네츠크는 동쪽으로는 루한스크주, 남쪽으로는 헤르손과 크림반도에 접해 있다. 시 외곽을 흐르는 시베르도네츠키강을 건너면 곧바로 대평원이 나타나 삽시간에 서쪽 키이우, 북쪽 하르키우 등 여러 방향으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도시다.
우크라이나가 세베로도네츠크를 빼앗기면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는 물론 남쪽의 헤르손주, 원자력발전소가 집중 건설된 자포리자주까지 러시아에 빼앗길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된다.
반면 러시아는 이 도시를 점령하지 못할 경우 두 달 이상 정체의 늪에 빠졌던 마리우폴의 실패를 반복할 개연성이 높다. 돈바스 지역이라도 다 점령하겠다는 전략적 목표 역시 충족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를 장악하기 위해 바로 앞 시베르도네츠키강을 도하하려다 9차례 이상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아 엄청난 병력과 무기를 잃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이날도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로 향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무기와 보급물자 운송로를 끊기 위해 포격과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전에 주력했다.
이고리 코나셴코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돈바스 지역의 우크라이나군 무기고 5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또 돈바스 지역 3곳의 지휘소와 13개 보급 거점도 공대지 미사일을 이용해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