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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으로 마구 총질… 현장엔 사방이 피, 미국이 패닉


인구 1만6000명의 소도시인 미국 텍사스의 유밸디.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서 24일 오전 11시30분쯤(현지시간) 고등학생 샐버도어 라모스(18)는 먼저 한 할머니에게 총을 쏜 뒤 직접 차량을 몰고 달리다가 롭 초등학교 인근 배수로에 빠졌다. 차에서 내린 그는 총을 들고 학교로 향했다. 이어 학교 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교실로 쳐들어가 총을 난사했다.

목격자들과 유족들은 사건 당시 총알이 교실 안으로 마구 날아들며 유리창이 깨졌고 총에 맞은 아이들이 피를 흘렸다고 전했다. 깨진 창문을 통해 탈출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무차별 총격에 희생된 아이들이 잇따랐다. 무려 19명의 어린이가 희생됐다.

수업을 받고 있던 10살의 에스카밀라는 쉬는 시간이 끝나고 막 수업이 시작했을 때 옆 반에서 한 남자가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것을 들었다. 곧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에스카밀라의 선생님은 재빠르게 아이들을 교실로 밀어 넣은 뒤 에어컨과 전등을 끄고 종이로 창문을 가렸다.

에스카밀라의 이모 에리카 에스카밀라(26)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 학교에 다니는 여자 조카 1명과 남자 조카 2명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 고문과 같았다”며 “총기 난사 사건이 있고 몇 시간 후 조카들과 모두 재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범인은 학교 안으로 들어와 바리케이트까지 치고 경찰과 격렬한 총격전을 벌였다. 무려 45분 동안이었다. 그 시간에도 아이들은 현장에 있었다. 아이들은 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공포와 충격에 휩싸였다. 경찰은 대치 끝에 범인을 사살했다.

상황이 끝난 후 대피를 하는 과정에서 에스카밀라는 옆 반 교실을 들여다봤고, 끔찍한 장면들을 모두 목격했다. 이모 에리카는 “에스카밀라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심장마비를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조카는 사방에서 피를 봤다”고 WP에 전했다.

범인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경경비대 요원도 총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WP에 “(요원이) 머리와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상태는 양호하며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총기 난사 사건으로 40대 교사 에바 미렐레스도 숨졌다. 초등학교 4학년을 가르치던 17년 차 교사 미렐레스는 아이들을 보호하려다가 범인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렐레스의 이모 리디아 마르티네즈 델가도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녀는 매우 사랑받던 사람이었다”며 “라틴계(히스패닉)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던 열렬한 등산가였다”고 전했다.

유밸디 교육감은 이날 짧은 기자회견을 열고 “학년은 끝났다”며 “이번 주 전 학군에서 모든 활동이 취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고 이틀 뒤인 26일이 여름 방학 시작이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