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내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이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수업 거부 연대 시위에 나섰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총기 폭력 반대단체인 ‘행동을 요구하는 학생들’(SDA)은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총기 폭력이 또다시 우리 학교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이제 더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사숙고와 기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의원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SDA와 연계된 총기 규제 지지 시민단체인 ‘모든 마을에서의 총기 안전’(Everytown for Gun Safety)은 이날 미국에서 최소 80건의 관련 시위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SNS에는 텍사스를 비롯해 뉴욕, 미주리, 오하이오, 델라웨어, 미시간,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현장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이날 정오 교실을 박차고 나와 운동장 등에 모여 다양한 방식으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희생자 가족에 대한 지지와 연대도 표현했다.
학생 일부는 총기 폭력을 반대하는 의미로 주황색 옷을 입었다. 로드아일랜드 주의회의 티아라 맥 상원의원은 “일부 학생들이 주의회 앞에 일제히 3분간 눕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총기규제 강화 입법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최근 총격 사건으로 친구를 잃은 이들도 있었다.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옥스퍼드 고교에선 학생 수백 명이 이날 축구장에 모여 시위에 동참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11월 30일 15세 소년이 총기를 난사해 다른 학생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다.
옥스퍼드 고교 학생들은 ‘U’자 모양으로 늘어선 채 지난 24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U’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 ‘유밸디’의 영문 첫 글자를 의미한다.
이 학교 2학년인 앤드루 숄츠는 “우리도 완전히 똑같은 일을 겪었다. 난 많은 친구를 잃었고, 그런 일을 겪은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시위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24일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9명의 어린이와 교사 한 명 등 성인 두 명이 사망했다. 총격범은 18살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사살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각계에선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26일 미 상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국내 테러방지법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전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반대 의견도 팽팽한 상황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