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단계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하는 6차 제재안을 위해 협의에 나섰다.
AFP통신은 29일(현지시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EU 회원국 실무진들이 대러 6차 제재 관련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협의를 위해 원유 금수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헝가리를 예외로 둔다는 타협안까지 내놨다.
실무진들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산 원유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타협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AFP통신은 전했다. 유조선을 통해 해상으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원유만 제재하자는 것이 골자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 독일,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으로 이어지며 EU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모두 해상으로 수입돼 왔다.
이 타협안은 EU 순회 의장국 프랑스와 EU 집행위원회가 내놨다. 헝가리는 내륙국이라 해상을 통한 원유 수입이 불가능하다. 또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65%에 달하다 보니 다른 회원국보다 2년 더 제재안 시행을 유예해주겠다는 제안에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서다.
EU 집행위는 이달 초부터 향후 6개월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내년 1월까지 석유제품 등의 수입을 끊는다는 내용이 담긴 6차 제재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번번이 헝가리가 반대하며 한 달 가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EU의 단합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합의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벡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단합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봤지만, 그것은 이미 부서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안에 대한 실무진의 논의가 불발되면 직접 EU 회원국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가능성이 나온다. 익명의 EU 외교관은 “30일 정상회의 전에 합의안을 내놓기를 바라지만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EU 회원국들은 헝가리가 수입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기 전까지 대러 6차 제재를 통째로 연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