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봉한 영화 ‘탑건’의 속편이 북미 극장가에서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우는 가운데 영화에 등장한 ‘대만 국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할리우드 영화계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더는 의식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탑건:매버릭’의 주인공 톰 크루즈가 대만 국기가 그려진 조종사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자유시보와 타이완뉴스 등 대만 현지 언론은 앞서 “탑건에 중화민국 국기가 돌아왔다”며 이 때문에 현지 관객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톰 크루즈는 2019년 공개된 영화 예고편에서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나왔지만, 이후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이 장면이 사라져 논란이 됐다. 당시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중국의 검열을 의식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탑건 제작진이 중국의 분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크루즈 재킷에 대만 국기를 넣었다”며 “할리우드 영화사의 일부 경영진이 중국 검열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페이지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신에 따르면 탑건 주인공이 걸친 점퍼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으로 설정됐다. 극 중 주인공의 아버지는 1960년대 미 해군 복무 당시 대만과 일본 근해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을 기념해 대만 국기가 부착된 점퍼를 착용한 것으로 묘사됐다.
‘탑건:매버릭’은 스크린 밖에서 ‘대만 국기’ 등장 외에도 중국 기업의 파라마운트 투자 철회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최대의 테크 기업 텐센트가 2019년 7월 파라마운트와 제휴 계약을 맺었지만 ‘친미(親美) 영화 지원에 나섰다’는 평가를 우려해 투자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탑건 속편은 중국 당국의 개봉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WSJ은 “파라마운트 경영진은 중국 개봉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 실적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탑건:매버릭’은 개봉 나흘 만에 북미 시장에서 1억 5600만달러(1930억원)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웠다. 이는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중 역대 최고 성적이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