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큰 식물이 호주 최서단에 위치한 샤크만 연안에서 발견됐다. 축구 경기장 2만개와 맞먹는 면적으로 넓게 퍼져있는 이 해초는 4500년 동안 스스로를 복제하면서 영역을 넓혀왔다고 한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서호주대(UWA) 연구팀이 서호주 주(州) 샤크만 연안 약 200㎢에서 서식 중인 해초(seagrass·잘피)가 하나의 식물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87㎢)의 약 3배, 축구장 2만개에 달하는 크기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전북 전주시(206㎢)의 전체 면적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샤크만 연안의 해초밭에서 유전적 다양성을 연구하던 중 1만8000여개에 달하는 해초 샘플이 모두 같은 유전자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확인했다.
엘리자베스 싱클레어 UWA 생물과학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종종 해초 초원에서 얼마나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질문을 받는다. 이를 답하기 위해 유전적인 도구를 사용했다”며 “단 하나의 해초가 180㎞ 이상을 확장해 지구에서 가장 큰 단일 식물이 됐다”고 전했다. 싱클레어 연구원은 이 연구 결과를 이날 영국 왕립학회지에 공개했다.
이 해초는 하나의 씨앗에서부터 해저 모랫바닥 아래에 뻗어있는 뿌리줄기를 통해 4500여년 동안 확장해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1년에 35㎝ 정도 자란다는 점이 그 근거다. 또 일반 식물의 유전자 염색체가 20개인데 비해 이 해초는 특이하게 40개다. 꽃을 피우지 않고 계속 자기 복제만을 할 수 있는 ‘다배증’인 셈이다.
연구팀은 또 “(광범위한 서식지 내에) 온도, 염도가 매우 다양하고 극도로 밝은 빛을 받고 있는데도 뛰어난 회복력을 자랑한다”며 해초의 강인한 생명력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 해초밭이 현재 거북이와 돌고래 등 다양한 수중 생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