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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소유 금지자 특정’…미국 서퍽카운티의 실험


지난 3월말 미국 뉴욕주 서퍽카운티 경찰서에는 이상한 긴급신고가 접수됐다. 16살 고등학생이라 밝힌 남성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을 모두 사살하고 샷건으로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위치 추적이 되는 911 긴급전화 내용을 자세히 검토한 뒤 서퍽카운티 법원으로 달려갔다. 판사는 곧바로 이 학생의 집에서 모든 총기류를 압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 학생의 다른 총기에 대한 접근권 박탈 신청도 받아들였다. 이 결정을 내린 판사는 며칠 뒤 “해당 장소에서 총기를 압수토록 조치한 것이 이 소년의 잠재적 총기사건 범행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최종 결정문을 발표했다.

뉴저지주와 텍사스주, 오클라호마주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자 미 정치권은 총기규제와 총기소유권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헌법에 총기 소유가 명문화됐지만 매년 재연되는 대형 총기사건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뉴욕으로부터 90㎞ 정도 떨어진 서퍽카운티는 총기소유권의 일시적 제한을 허용한 뉴욕주 ‘빨간 깃발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위험한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카운티 지방정부와 경찰, 지방법원이 하나가 돼 총기를 소지할 충분한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소지한 총기를 위험한 목적에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엔 예외없이 총기를 압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빨간 깃발법은 범죄자나 범죄집단의 총기 소지를 막기 위해 뉴욕주가 마련한 법으로, 현재 워싱턴DC를 포함한 미국 19개 주가 주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퍽카운티처럼 적극적으로 이 법을 해석해 일반 시민으로부터 총기를 압수하는 경우는 없었다.

서퍽카운티 지방정부는 이같은 조치를 시행하면서 한껏 고무돼 있다. 이전보다 총기에 의한 각종 사고가 70% 이상 급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카운티 당국은 80세 이상 노인,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사람, 가족이나 주변 친지에게 총기 사용 협박을 가한 사람 등에 대해 지방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기를 압수한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모두 111건의 총기 압수 조치가 취해졌다.

현재 워싱턴 정가는 총기규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단체들은 전면적 총기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보수진영은 위헌이라 맞서고 있다.

이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미국 연방 차원의 빨간 깃발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반 시민이라 하더라도 총기를 부당하게 사용할 개연성이 높은 사람에게서 총기 소유권을 박탈하는 게 넘쳐나는 총기사건을 막고,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빨간 깃발법이 극히 제한적인 총기규제 조치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공화당의 반대를 뚫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