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7일 차를 맞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서방의 압박이 국제적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포격전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서방에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거나 적대적인 국가들이 정치·경제적으로, 또 무역 분야에서 우리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지만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한 국가를, 특히 러시아처럼 거대한 나라를 고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들은 성공할 수도, 성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어떤 국가도 스스로 고립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피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의 디지털·기술 주권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모든 사람은 우리의 기술적, 경제적 주권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정치, 안보, 무역, 경제 등 세계 모든 것이 변하고 있는 만큼 모두가 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러시아의 주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BB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SPIEF에 앞서 젊은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방은 향후 몇 년간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러시아 기업들이 유정을 폐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안보 특사는 9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 에너지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의에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향후 포격전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서방에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바딤 스키비츠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 부국장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최전선에서 러시아에 밀리고 있으며, 사실상 오로지 서방이 지원하는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이제 포격전이 됐다”며 “최전선은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곳으로, 우린 포격 면에서 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든 건 (서방이) 우리에게 주는 것에 달려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10~15배 많은 포격 장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보유한 포격 장비 10%가량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평균 포탄 5000~6000발을 사용하고 있고, 탄약을 거의 소진해 현재 구경 155㎜ 나토 표준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러시아의 로켓 공격 횟수는 (초기보다) 현저히 줄었고, 1970년대 소련 로켓을 사용하고 있다”며 “러시아도 로켓이 바닥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