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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격돌한 미·중…대만문제가 도화선



미국과 중국은 12일 싱가포르에서 폐막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대만 문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북한 핵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전세계 약 40개국 국방 수장과 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최대 규모의 안보 회의가 미·중 격전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 10일 샹그릴라 대화가 개막한 이래 줄곧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열린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 군용기가 최근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대만 인근 상공을 비행한 사실을 거론하며 “대만 인근에서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군사 활동이 점증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지만 중국은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번영을 해치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스틴 장관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9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 중국과 수교했지만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오스틴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열린 한·미,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과 함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제3국이 대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만으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는 중국을 대놓고 자극한 것이다.

중국은 역대 최고 수준의 표현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12일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대만 독립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웨이 부장은 특히 “미국은 통일을 위해 남북전쟁까지 치렀다”고 언급하며 “중국은 이런 내전을 원하지 않지만 대만 독립의 어떠한 분열 책동이든 결연히 분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누군가 감히 대만을 분열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과 웨이 부장은 지난 10일 열린 양자 회담에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는 역시 대만 문제였다. 웨이 부장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발표한 것을 두고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것으로 결연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회담한 건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샹그릴라 대화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웨이 부장의 대만 관련 발언이 지금까지 중국 정부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발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공연하게 훼손하는 데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웨이 부장이 대만 문제에서 레드라인을 그었다”며 “이 발언은 미국이 위험한 오판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