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은 역사적인 도약과 기적을 이루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20년 10월 14일 광둥선 선전을 찾아 ‘선전 경제특구 4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선전이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의 모범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 이후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다. 이후 지난 40년 동안 연간 30%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 주석이 ‘기적의 도시’라고 칭했던 선전의 지금 모습은 어떨까.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선전에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 선전의 경제 성장률은 2%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는 우한 사태가 벌어졌던 2020년 1분기를 제외하고는 선전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다. 선전은 중국 도시 중 최대 수출 규모를 자랑하는 도시지만 당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로 인한 공급망 혼란 이후 3월 해외 출하량 또한 약 14% 감소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은 선전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대한 자국 내 수요도 위축시켰다. 중국은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펼쳤다. 선전도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주일 동안 봉쇄에 들어갔었다.
선전에 기반을 둔 중국의 대표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전이 본사인 중국 대표기업 화웨이는 보안 문제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상태이며, 또 다른 선전 내 주요 기업이던 부동산 회사 헝다그룹은 채무불이행으로 파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선전이 경제 침체에 빠진다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선전은 중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무역 항구이자 중국 개혁개방 승리의 상징으로 꼽혔던 도시이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도시 연구 책임자 리처드 홀트는 로이터통신에 “선전은 ‘탄광 속 카나리아’”라면서 “우리는 선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을 미리 경고하는 존재를 뜻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민감한 애완 새 카나리아를 탄광에 함께 데려간 데서 유래했다. 광부들은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면 탄광에서 즉각 대피했다.
쑹딩 중국개발연구소 이사는 지난 5월 에세이에서 “선전의 경제는 흔들리고 부진한 상태”라면서 “일각에서는 선전이 충분한 (성장) 모멘텀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