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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착륙 하기엔 늦었다”…미 경제 덮친 R의 공포


미국 경제에 대한 공포심리가 확대됐다. 휘발유, 식료품, 주거비 등 필수 소비재 가격 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펴야 한다는 주문도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79% 하락),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3.88% 하락),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4.68% 하락)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 3거래일 연속 5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20%, 30% 이상 하락했다.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한때 24시간 전보다 17% 이상 폭락한 2만2764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최저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약세장에 공식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뉴욕타임스(NYT)는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40여 년 만의 최고 수준 인플레이션 수치가 아직 정점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로 인해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했다.

실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역대 최고치인 6.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휘발유 가격과 주거비용이 향후 1년간 각 5.5%, 6.0%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금융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판단은 필연적”이라며 “연준이 애초 제시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침체 위험이 30%에서 50%로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WP는 사설에서 “수많은 여론조사와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준은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주문했다. WP는 “그렇지 않으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대중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했다.

바클레이스와 제프리스는 “연준이 신뢰도를 강화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앞서나가기 위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건 1994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스티븐 잉글랜더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글로벌 책임자는 연준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1.00% 인상을 언급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내놨다.

블룸버그는 “시장 기대치는 아직 0.5% 포인트 인상이 지배적이지만 시장에선 극단적 조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에던 해리스 글로벌경제연구 책임자는 “시장과 경제에 고통을 주지 않고는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경제가 연착륙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