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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의존했던 유럽공장들 에너지 가격 감당 못해 줄줄이 문닫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유럽공장 문을 닫게 하고 있다. 유럽 내 산업용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유럽 제조업체의 세계 시장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보다 3배 높다. 유럽 공장들은 에너지 비용이 유럽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미국과 중동 등 다른 지역에 밀려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화학제품, 비료, 철강 등 에너지 집약 제조업체들은 압박을 받아왔다. 천연가스로 전기 요금을 책정하면 에너지 가격이 오른 만큼 전기 요금도 상승해 이중고를 겪게 된다.

마르코 멘싱크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 국장은 “전반적으로 유럽의 가장 큰 우려는 수입 증가와 수출 감소”를 꼽았다. 지난해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한 비중은 40%에 달한다. 올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유럽 산업 생산과 전반적인 경제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 경제 전문가들은 2분기 독일 경제가 높은 에너지 가격 압박으로 위축될 것으로 관측했다. 독일은 EU 최대 경제국으로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국가 중 가장 많은 양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구매력이 저하돼 성장 부진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U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으나, 당장 유럽 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EU 국가들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으나 풍력, 태양에너지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가 상업화로 이어질 때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투자는 덤이다.

유럽 업체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 생산에 눈을 돌리는 곳도 있다. 비료업체 OCI NV는 네덜란드 공장에서 암모니아 생산을 줄이고 미국 텍사스, 이집트, 알제리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마저도 불가능한 비료 제조업체는 공장을 폐쇄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가스와 전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생산을 줄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스페인 현지 철강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폐업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