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0대 소년이 몰던 전동 킥보드(e-스쿠터)에 70대 여성 보행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동 킥보드로 보행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 영국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지난 2일 전동 킥보드에 충돌해 병원으로 이송됐던 린다 데이비스(71‧여)가 지난주 수요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녀는 영국 노팅엄셔주 레인워스에 위치한 보도를 걷던 도중 14세 소년이 몰던 개인 전동 킥보드와 충돌했다.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지난 8일 숨졌다. 소년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전동 킥보드 사고로 9명이 사망했는데 모두 운전자였다. 이번 사고는 전동 킥보드 충돌로 보행자가 사망한 첫 사고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보행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설립된 영국 비영리단체 리빙 스트릿츠 소속 레이첼 리 박사는 “규제가 되지 않는 개인 소유 전동 킥보드가 보행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정부가 유사한 비극의 재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시민단체들은 운행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전동 킥보드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영국 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 킥보드와 충돌해 부상당한 보행자 숫자는 총 223명이었고 이중 63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는 지난 2020년 부상자 57명(중상 13명)에 비해 4배 가량 많은 수치다.
현재 영국에서는 승인 시험을 거쳐 대여되는 전동 킥보드만 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는 16세 이상이어야 한다. 최소 임시 운전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또 속도가 15.5mph(약 시속 25㎞)를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영국에서는 개인 소유 전동 킥보드가 약 100만대 팔린 상태다.
영국 정부는 앞서 전동 킥보드를 저렴하고 효율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보고 적극 도입에 나섰었는데 교통사고가 급증으로 ‘골칫덩이’가 된 상황이다.
영국 교통부 그랜트 샤프스 장관은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누리꾼들도 보도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에 공분을 나타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기사 댓글에서 “도보는 보행자를 위한 것이다. 전동 킥보드나 자전거는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전동 킥보드를 불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주행 지식도 없고 보험도 없는 바보들이 규제 속도의 2배 수준으로 길에서 날아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도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인기를 끌면서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1735건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 면허를 소지해야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고 안전모 착용도 의무화 돼 있다.
하지만 음주를 하거나 헬멧을 쓰지 않고 전동 킥보드를 몰다가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3일에는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 현직 경장이 음주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승용차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륜차,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