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수차례 더 지속해 기준금리를 3.4%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에 강력 대응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75~1.0%인 기준금리를 1.5~1.75%로 0.7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FOMC 위원 대부분이 자이언트 스텝에 동의했다. 이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연준은 지난 회의에서는 0.5% 포인트 인상을 예고했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시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고, 긴축 통화 정책을 처리할 좋은 위치에 있다”며 “0.75% 포인트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그러나 이날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 강력한 노동 시장 상황이 지속하려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에서도 0.5~0.7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말했다. 자이언트 스텝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0.75% 포인트는) 대단히 큰 폭의 인상으로 이런 규모의 움직임이 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은 3.4%로 나타났다. 지난 3월보다 1.5% 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올해 예정된 4번의 회의에서 추가로 1.75%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연준은 내년에도 금리가 3.75%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예상치(2.75%)보다 1% 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 같은 금리 인상 속도는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수준이다. 연준은 다만 2024년쯤에는 소폭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8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도 시작했다.
연준의 강수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공급망 혼란이 지속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강력한 공급 제약으로 가격 압력이 광범위한 상품 및 서비스로 확산했다”며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유 및 기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휘발유와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이 공급망 혼란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지난 3월 4.3%에서 5.2%로 올렸다.
경기침체 우려도 커졌다. 연준 위원 대부분은 실업률이 향후 2년 동안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위원들은 실업률이 올해 말 3.7%로 상승하고, 2024년에는 4.1%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은 돈을 빌리거나 소비하는 비용을 늘려 수요를 진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적인 고통 없이 물가를 낮추는 연착륙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해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설명도 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지난 3월 전망치(2.8%)보다 1.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파월 의장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특히 식품과 주택, 교통과 같은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한 수단과 결의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